文 정부 최저임금 결산…소주성 이념에 연평균 538원 가파른 상승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13:44

업데이트 2021.07.18 16:11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하며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뒤 공익위원 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들도 퇴장했다. 최종 표결에는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뉴스1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의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하며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뒤 공익위원 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들도 퇴장했다. 최종 표결에는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참여해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뉴스1

최저임금은 근로자 입장에선 받아야 할 최저선이고, 고용주 입장에선 지불능력의 하한선이다. 현 정부 들어 이 선을 무시하면서 노동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선을 무시한 근거는 혼란을 더 부채질했다. 시장이 아닌 이념, 소득주도성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은 충격을 어떻게 흡수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수요와 공급 같은 논리가 안 통하고, 돌파구는 오로지 청와대의 정책 변경에 기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분석]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올린 시급 9160원으로 의결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이다. 이 액수를 적용한 월급은 191만4440원, 연봉으로는 2297만3280원이다. 여기에는 상여금이나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 제외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는 이렇게 끝났다.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점화됐다.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정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덜 올렸다고?…통계 착시, 매년 33.7% 더 올려

우선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비교다. 일부 언론과 노동계에서 문 정부가 박 정부보다 최저임금을 덜 올렸다고 주장한다. 박 정부에서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4%였다. 문 정부에선 7.2%다. 이것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통계의 착시다. 최저임금은 복리로 계산해야 한다. 복리를 적용한 인상금액은 역대 최고다. 박 정부에선 연평균 402.5원 올렸다. 문 정부에선 무려 538원씩 매년 인상했다. 문 정부 임기를 통틀어 2690원, 41.6% 올랐다. 박 정부에선 1610원, 33.1% 인상됐다.

박 정부 때는 경제성장률이 2.8~3.2%였다. 안정적 성장세다. 한데 문 정부에선 2.9%(2018년), 2.2%(2019년), -0.9%(2020년)로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이에 아랑곳없이 최저임금을 역주행시키며 확 올렸다. 노동시장이 아노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저임금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 진폭은 대형 지진급…예측성 떨어뜨려

특히 박 정부 때는 최저임금 상승 폭이 350~450원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문 정부에선 130~1060원으로 인상 진폭이 대형 지진급이다. 시장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니 혼란은 불가피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1만원 달성 여부를 놓고도 설왕설래다. 이에 대한 결론은 현직 최저임금위원장이 이미 내린 바 있다. 2018년 어수봉 당시 최저임금위원장(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다. 2018년 4월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1만원을 이미 달성했다"고 말했다. 문 정부 첫해에 공약이 실현됐다는 얘기다. 당시 16.4%, 무려 1060원 올렸다. 어 전 위원장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9036원으로 상여금이나 현금성 복지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상여금이나 수당을 뺀) 정액으로 계산하더라도 시급 8000원이 되면 주휴수당을 포함했을 때 시급 1만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후자의 논리를 적용하면 2019년에는 정액으로도 공약을 달성한 셈이 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진행 중인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갖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진행 중인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투쟁문화제를 갖고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위원장이 "1만원 이미 달성" 분석에도 청와대, "달성 못해 송구"

이런데도 1만원 공약이 정리되지 않고 논란을 이어간 것은 아이러니하게 공약을 낸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7월 14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목임금에 목을 매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제 받는 임금을 애써 무시한 탓이다.

임기 첫해부터 16.4% 올리며 소주성의 무차별 폭격이 가해지자 시장이 견디지 못했다. 정부는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심지어 2019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던 2018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기준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느닷없이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감소분(1%)을 반영해 최저임금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도 모자라 소득분배개선분을 반영하면서 기존 중위임금 대신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그것도 8시간 풀타임 정규직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채택했다. 상위 15% 안팎의 고임금을 기준점으로 삼으며 최저임금이 아닌 최고임금을 조준한 꼴이다. 이렇게 해서 10.9%나 올렸다. 임기 두 해 만에 30% 인상했다.

2018년 8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솥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솥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 기준까지 입맛대로…결국 시장 못 이겨

하지만 이념성 고집은 결국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2019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정부가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학계에 의뢰했다. 그 결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경우 대부분의 사례에서 최저임금으로 고용 감소 발생" "인력을 내보내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임금 부담 덜고 있다" "초단시간(주15시간 미만) 근로를 확대하는 경향도 확산"이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청년은 아르바이트조차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렀다. 자영업자들이 1인 경영 또는 가족 경영으로 돌아선 탓이다. 지불능력 하한선 침범이 일자리 파괴라는 무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무너지는 노동시장을 방치할 수 없었던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어이가 없었다. 일자리안정자금이었다. 수조 원을 들여 정부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근로자에게 줘야 할 임금을 대신 주겠다고 나섰다. 국가가 임금시장에 개입해 시장을 교란하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어이없는 정책이다.

2018년 1월 18일 장하성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을 찾아가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1년 6개월 뒤 당시 현장 상인들은 "올해가 최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포토

2018년 1월 18일 장하성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을 찾아가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1년 6개월 뒤 당시 현장 상인들은 "올해가 최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포토

일자리안정자금으로 국가가 시장 교란까지…일자리 붕괴에 방향 전환 시동

그래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그제야 정부는 조심스럽게 방향 전환등을 켜기 시작했다. 2018년 10월 26일 이재갑 고용부장관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12월 20일 전국 기관장 회의에선 "고액연봉자임에도 최저임금 위반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산하 기관장에게 주지시켰다. 실제로 2017~2018년 9개 증권사 근로감독 결과 모든 증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평균연봉이 4000만원을 초과하는 회사였지만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대신 근로장려금(EITC)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일정액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의 시장교란 위험을 경고하며 한국에 권고한 정책이다. 그해 최저임금(2020년 적용)은 2.87% 인상에 그쳤다. 이듬해(2021년 적용)에는 역대 최저치인 1.5% 인상으로 사실상 동결됐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서울 명동의 한 건물. 연합뉴스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서울 명동의 한 건물. 연합뉴스

그러나 문 정부 마지막 해(2022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이런 기조도 옅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도 5.1% 인상하며 시급 9000원대에 진입했다. 실질 최저임금은 1만1000원을 돌파했다. 익명을 요구한 심의위원은 "이미 인상범위는 정해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공익위원에게 많은 얘기(압박)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인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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