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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150원선 위태위태, 원화가치 하락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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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발 호재로 주가와 원화가치가 나란히 올랐다(환율은 하락).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중국발 호재로 주가와 원화가치가 나란히 올랐다(환율은 하락).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149.1원(지난 9일 종가)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지난 9일에는 원화가치가 장중 한때 달러당 11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진 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나타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것도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글로벌 금융시장, 달러 강세 확산 #미 Fed 테이퍼링 땐 강달러 가속 #중국 돈줄 풀기도 외환시장 변수 #하반기 1175원까지 하락 전망도

12일에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1원 오른(환율은 내린) 달러당 1147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의 큰 흐름이 바뀐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올해 하반기에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는 첫 번째 변수로는 코로나19의 국내 대유행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엿새 연속 1000명을 넘었다. 감염병 확산의 공포가 커지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넉달만에 1140원대로 하락한 원화 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넉달만에 1140원대로 하락한 원화 값.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국의 움직임도 외환시장의 중요한 변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터 금융회사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린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은행들은 예금의 일정 비율(지준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한다.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들은 대출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이번 중국의 지준율 인하로 금융시장에는 1조 위안(약 177조원)이 추가로 풀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중국이 돈줄을 풀기로 하자 아시아 주요 증시는 반색했다. 1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9% 오른 3246.47에 거래를 마감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2.25%)와 홍콩 항셍지수(0.62%)도 나란히 상승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동향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Fed 안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젠가 Fed가 긴축을 향해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노동부가 13일 발표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일반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한은이 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가 달러당 1175원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기 어렵다. (미국에서도) 집값 급등으로 주택시장 거품이 재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미 Fed의 테이퍼링 가능성을 반영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테이퍼링이) 달러 가치의 급작스러운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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