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칭화유니 파산 후폭풍, 중국 반도체 굴기 흔들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3 00:04

업데이트 2021.07.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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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반도체 굴기(倔起: 우뚝 일어섬)’의 상징인 칭화유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제조 2025’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채 36조원
중국 ‘반도체 자급률 70%’ 차질
부품 공급 막은 미국 제재도 한몫
대규모 M&A로 위기 돌파 나설 듯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의 채권자인 휘상은행은 지난 11일 베이징 법원에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했다. “칭화유니가 만기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고, 부채를 갚기에 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첫 디폴트를 기록한 칭화유니의 총 채무는 2029억 위안(약 35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지 못하는 중국 반도체 자급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르지 못하는 중국 반도체 자급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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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설립된 칭화유니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의 기술지주회사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종합반도체(IDM) 회사다. 계열사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YMTC, 통신칩 업체 쯔광짠루이, 팹리스인 쯔광궈웨이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지난 2019년 “2022년 D램 양산에 돌입한다”고 선언하는 등 중국 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다만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의 파산을 그대로 손 놓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칭화유니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나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가 곤경에 빠지면서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전략도 치명상을 입었다. 중국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고도화 전략이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430억 달러(약 164조원)다. 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은 227억 달러(약 26조원)로 자급률은 15.9%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체의 생산 규모는 83억 달러(약 9조5000억원)로 5.8%에 그쳤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씨를 말리려는 미국의 제재가 먹혔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리스트’에 올려 부품 공급을 막았다. 푸젠진화·하이실리콘·화웨이·SMIC 등 중국의 대표 기업이 대부분 제재의 덫에 걸렸다. 미국은 인수·합병(M&A)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 역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단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이나 기업이 중국 59개사에 직·간접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했는데, 이 중 7개사가 반도체 업체다.

중국 신형 인프라 투자 예상 금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신형 인프라 투자 예상 금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도체 강대국을 바랐던 ‘중국몽(中國夢)’은 이대로 끝이 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반도체 없이는 중국이 키우려는 첨단산업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양신일중(兩新一重)’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양신일중은 기반 시설, 도시화, 교통 등 중대형 산업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중국판 뉴딜’로 불린다. 특히 1780억 달러(약 204조원)를 투입해 키우려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5G 기지국, 산업 사물인터넷(IoT),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소 등은 모두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혁신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양신일중 프로젝트가 모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중국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3월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중장기 목표’에서 반도체를 7대 전략육성 산업으로 선정했다. 특히 중국의 약점인 설계 소프트웨어와 주요 제조 장비·기술 확보, 첨단 메모리 기술 등 3세대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의 제재가 집중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반도체 육성을 위한 실탄도 막대하다. 중국은 지난 2019년 정부 주도로 290억 달러(약 33조3000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일명 ‘빅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중국 재정당국은 지난해 8월과 올 3·4월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제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돈을 뿌린다고 키워지는 산업이 아니다. 단기간에 핵심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운 중국이 외국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중국 입장에선 외국 기업 유치와 인수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며 “한국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장비나 소재 업체가 중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한 반도체 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며 “당분간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반도체 생태계에서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는 데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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