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에어샤워,방역팔찌…‘방역 영화제’ 도전하는 BIFAN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6:06

지난 10일 BIFAN 방문객이 부천시청 옆 검사소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를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0일 BIFAN 방문객이 부천시청 옆 검사소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를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10일 오후 4시쯤, 경기도 부천시청 앞 천막 검사소에서 이모(50)씨 부부가 면봉을 콧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부부가 장갑을 끼고 직접 ‘시술’을 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이 의심돼서가 아니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쓴 코로나19 자가 검사키트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제공한 것이다. 자신은 물론 다른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방역’을 한 것이다. 상영관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번거롭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굳은 표정으로 기다리던 부부는 음성을 확인하고 상영관으로 들어섰다. 검사소의 자원봉사자는 “관객들에게 ‘희망하면 코로나19 자가검사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반 검사보다 덜 아프다고 하니 검사하는 관람객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2인 위주로 ‘영화만 관람’ 늘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300명을 넘어서며 사실상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지난 8일 막을 올린 제25회 BIFAN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10일 영화제가 열리는 부천시청 어울마당과 소풍 CGV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2인 관객이었다. 단체관람이 많았던 예년과 달리 홀로 온 관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입장 절차는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상영관 앞에 설치된 워크스루 에어샤워기를 통과한 관객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QR 체크인을 마친 뒤 입장을 허용하는 보라색 ‘방역 팔찌’를 손에 찼다.

BIFAN 방문객은 에어샤워기를 거쳐 체온 즉정, QR 체크인을 마친 뒤 입장을 허용하는 방역팔찌를 받게 된다. 심석용 기자

BIFAN 방문객은 에어샤워기를 거쳐 체온 즉정, QR 체크인을 마친 뒤 입장을 허용하는 방역팔찌를 받게 된다. 심석용 기자

방역단계를 거쳤다는 인증을 받고도 관객들은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과거 이른 시간부터 영화제를 찾아 굿즈(goods)를 사고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던 것과 달리 상영시간에 맞춰 극장에 와서 영화만 보는 패턴이 많았다. 인원 제한 탓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경기도 광명에서 온 김모(32·여)씨는 “매년 오는 영화제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고민이 많았다”며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나중에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을 것 같아서 부천에 왔다. 영화만 보고 바로 집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4단계 앞서 방역수칙 높인 조직위

지난 10일 경기도 부천시 소풍 CGV에서 방역요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0일 경기도 부천시 소풍 CGV에서 방역요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앞서 BIFAN 조직위는 지난 9일 정부가 거리두기 4단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면서 영화제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할 경우 조직위는 온·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면서 영화제를 치를 계획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천시, 방역 당국 등과 논의한 끝에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미 강화된 방역대책을 적용하고 있어 가능한 결정이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일반 극장에선 거리두기 4단계에도 동반 2인은 다른 관람객과 거리를 둔 채 나란히 앉을 수 있다. 하지만 BIFAN 상영관은 동반자도 한 칸 띄어 앉기를 적용한다. 관람 인원도 전체 극장 좌석의 50% 미만으로 제한한다. 다만 조직위는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는 만큼 폐막식을 비롯한 대면 행사는 취소하기로 했다. 오후 10시 이후 시작하는 상영작의 시간대를 바꾸고 각 전시회의 시간대별 입장 인원을 줄이는 등 추가 조치를 하기로 했다.

11일 부천시청 앞 코로나19 자가검사키드 검사소. 사진 BIFAN 제공

11일 부천시청 앞 코로나19 자가검사키드 검사소. 사진 BIFAN 제공

“‘방역 영화제’ 만들겠다”

조직위는 강화된 방역수칙을 지키며 지난해에 이어 확진자 없는 영화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화제 기간 조직위 구성원은 업무 시작 전 자가검사를 한 뒤 현장에선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를 착용하게 했다. 지난해보다 58명 늘어난 177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은 것도 강화한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란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엄용훈 BIFAN사무국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개막 직전 대응 전략을 4단계까지 확대했다. 초유의 사태지만, 방역 당국 등과도 발 빠르게 협의해 영화제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 “방심하지 않고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방역 영화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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