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화이자 CEO, 파우치에 전화해 사과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07.11 15:04

업데이트 2021.07.11 16:02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오른쪽)가 지난달 10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정상들 앞에서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오른쪽)가 지난달 10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정상들 앞에서 공개 발언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1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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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 측은 지난 8일 자사의 백신을 이른바 '부스터 샷'으로 불리는 '3차 접종' 용도로 쓰이도록 미국 규제 당국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미카엘 돌스텐 박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개발한 부스터 샷 연구 초기 데이터에 따르면 임상 대상자들의 항체 수치는 세 번째 접종 후 5~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오는 8월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와(CDC)와 FDA는 공동 성명을 내고 화이자 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현재로서는 부스터 샷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두 차례 마친 사람들은 '델타 변이'에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보이고 있어 부스터 샷은 아직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코로나19 관련 양대 규제 당국이 동시에 성명을 내는 사태가 발생하자 불라 CEO는 백악관 수석의학고문인 파우치 NIAID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규제 당국에 부스터 샷 승인 신청 계획을 미리 알리지 않고 언론을 통해 밝힌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불라 CEO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왼쪽)이 지난달 24일 플로리다의 키시미 지역의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오른쪽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왼쪽)이 지난달 24일 플로리다의 키시미 지역의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오른쪽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은 아울러 "자신의 입장도 FDA와 CDC와 같다"고 덧붙였다. CNN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재의 복용량에 추가 백신을 더하는 것이 유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추가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소동은 이스라엘 당국이 자국의 데이터를 근거로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19 예방률은 기존 바이러스에서는 94%였는데, 델타 변이가 유행한 후 64%로 낮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뒤 벌어졌다.

화이자 미카엘 CSO는 이와 관련 AP통신 등에  "우리 백신은 델타 변이에도 효과적이지만 6개월이 지나면 예상됐던 것처럼 항체가 줄어들면서 재감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회차 접종 후 6~12개월 안에 세 번째 접종이 필요하며, 화이자 측은 오는 8월 중으로 부스터 샷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측도 회사 차원에서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9일에도 화이자 백신 2회, 모더나 백신 2회, 얀센 백신 1회 접종자들은 추가 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는데, 이는 기존에 공인된 백신의 효과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상황을 만들기에 앞서 백신을 맞지 않은 자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전날(8일) 의학저널 네이처에도 미국 규제 당국의 입장에 힘을 싣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인데,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두 번 접종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은 각각 두 차례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상당한 방어막을 형성할 수 있으며 두 번 접종을 마친 시험 군에서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가 95%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내용이다. 미국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미국 연구진의 논문에서도 같은 내용 실렸다.

미국 규제 당국은 미국 백신에 관한 한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에서 긴급 승인해 대량으로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여전히 승인하지 않고 있고, 자국의 화이자 백신의 '일반 사용 승인' 신청도 수개월째 검토 중이다. 최근 유럽 일각과 한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지만, 미국 보건 당국은 "교차 접종은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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