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살려주세요, 태양광에 꿀벌 싹 사라졌어요" 한 유튜버의 호소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13:22

업데이트 2021.07.10 18:06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경북의 한 양봉 농민이 태양광 발전소 공사 소음으로 꿀벌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올린 유튜브 화면 캡처.

경북의 한 양봉 농민이 태양광 발전소 공사 소음으로 꿀벌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올린 유튜브 화면 캡처.

 ‘저 좀 살려주세요. 진동 소음에 꿀벌은 다 사라졌구, 군청은 나 몰라라.’
지난 5일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경북에서 양봉업을 하는 농민 김모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김 씨가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린 영상과 주장에 따르면 산자락으로 귀농해 양봉하던 중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피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공사장 진동 등으로 불안해진 여왕벌이 떠나면서 꿀벌들이 사라져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양봉 초보들을 위해 ‘바람난 여왕’ ‘화분 많이 받는 법’ 등 재미있는 꿀벌 영상을 담아온 그의 유튜브 채널은 약 1년 전부터 태양광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드론으로 촬영한 태양광 건설 현장 모습과 소음 영상, 중장비 사진 등을 띄우며 대책을 호소했다. 태양광 발전소 측은 김 씨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꿀벌 피해가 태양광 발전소 때문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결국 양측의 주장은 법원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몇 년 사이 전국에 산지 태양광 발전소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1만 2000곳을 넘어서자(지난해 말 기준) 곳곳에서 동물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숲을 없애고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에선 산사태와 붕괴사고 등이 이어졌다. 물론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들은 대부분의 동물 피해가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아무 죄가 없는데도 누명을 씌운다는 항변이다. 지자체에선 공사 일시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조처를 하지만 주민들은 “관청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반발한다.

충북 제천 태양광 발전소 진입로 입구에 붙은 경고문. 강주안 기자

충북 제천 태양광 발전소 진입로 입구에 붙은 경고문. 강주안 기자

충북 제천에선 지난해 8월 태양광 발전소 산사태로 키우던 강아지 등이 흙더미에 파묻혀 죽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민 김석주(65) 씨는 “태양광 발전소가 무너지면서 흙더미가 덮쳐 어미 개와 강아지들이 여러 마리 죽었다”며 보상을 요구한다. 그는 산사태 직후 촬영한 복구 영상을 제공하며 “개를 구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주는 “산사태로 인해 개가 죽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주는 “해당 주민이 과거에도 우리 때문에 강아지가 죽었다고 해 보상금을 주기도 했는데, 계속 억지를 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말을 못하는’ 동물과 태양광 피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소송전이 벌어진다. 산 주변엔 동물과 곤충이 많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피해와 분쟁은 계속 늘 전망이다. 산지 태양광은 2018년 시행령이 바뀌기 전까지 발전소를 세우면 ‘임야’를 ‘잡종지’로 지목을 바꿀 수 있게 해 투기를 노린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울창한 숲 인근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선 경우가 많다.

지난달 26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산지 태양광 발전소 인근에서 목격된 야생 동물. 강주안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산지 태양광 발전소 인근에서 목격된 야생 동물. 강주안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산지 태양광 발전소를 찾아 나섰다. 차로 비좁은 산길을 상당 구간 올라가야 했다. 발전소 인근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데 앞에 동물이 나타났다. 고라니로 보였다. 서서히 다가가자 동물은 재빠르게 발전소 쪽으로 달아났다.
몇 발짝 걸으니 꿩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잠시 뒤 꿩이 또 한 마리 날아올랐다. 산지 태양광 주변에 야생동물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50m쯤 더 가자 철제 울타리가 나오고 ‘위험’이라는 태양광발전소의 경고 글씨가 보였다.

현장을 취재한 태양광 발전소는 대부분 ‘특고압’이라는 팻말을 걸어두고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사람은 이 문구를 보고 조심할 수 있지만, 글을 못 읽는 동물에겐 무용지물이다. 특히 울타리로 막지 못하는 날짐승의 경우 늘 ‘특고압’ 감전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한 산지 태양광 발전소에 걸린 '특고압' 경고문. 강주안 기자

한 산지 태양광 발전소에 걸린 '특고압' 경고문. 강주안 기자

이와 관련해 조류로 인한 농사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 군위에서 과수원을 하는 류호식(55)씨는 ”태양광 발전소가 생기기 전엔 숲이 울창하고 나무가 많아 새들이 과수원에 많이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산의 나무를 다 잘라내고 태양광 패널이 뒤덮으면서 갈 곳을 잃은 새들이 과수원에 몰려온다는 것이다. 류 씨는 ”태양광 발전소들이 주위를 둘러싸면서 새로 인한 과수원 피해가 크게 늘었지만,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힘들어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전북 장수의 산지 태양광 발전소 붕괴 현장은 아직도 복구가 안된 채 또 장마가 시작됐다. 강주안 기자

전북 장수의 산지 태양광 발전소 붕괴 현장은 아직도 복구가 안된 채 또 장마가 시작됐다. 강주안 기자

한편, 장마가 시작되면서 산지 태양광 발전소에서 지난해처럼 붕괴사고가 전국에서 발생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회의에서 산지 태양광 안전 관리를 당부하고 최병암 산림청장은 산지 태양광 발전소 현지를 방문해 점검했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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