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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뒤엔 ‘물수박’이라고? 이 공식 깨는 '거대한 냉장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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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신선한 수박이 매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8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신선한 수박이 매장에 진열돼 있다. [사진 롯데마트]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대형마트 과일팀은 비상이 걸린다. 비가 오면 과일 당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이 구입을 꺼려 매출이 확 줄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수박팀이 비상이다. 수박이 가장 많이 팔리는 초복(11일)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면서다. 대형마트도 가만히 앉아서 ‘물수박’을 팔 순 없는 일, 그래서 마트들은 과일·채소 등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관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충북 증평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르포

8일 롯데마트가 장마철의 과일 당도를 지키기 위해 분투 중인 충북 증평군의 신선품질혁신센터를 찾았다. 신선품질혁신센터는 농·축·수산물의 입고부터 검수·가공·포장·출고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모든 시설이 신선도 유지에 최적화돼 건물 자체가 ‘커다란 냉장고’라고 보면 된다.

충청북도 증평군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전경 모습. [사진 롯데마트]

충청북도 증평군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 전경 모습. [사진 롯데마트]

‘장마철엔 맛 없는 수박’ 공식 깨

약 1만7000평의 신선품질혁신센터는 1~4층의 과일·채소를 취급하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와 축산물을 취급하는 미트센터로 크게 양분돼 있다. 이 중 과일 작업장이 위치한 3층 문을 열자 냉기와 함께 진한 사과 향이 풍겼다. 과일 신선도를 위해 작업장 온도는 영상 1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과일 당도를 지키는 ‘비밀병기’는 다름아닌 CA(Controlled Atmosphere·기체제어) 저장고. 작업장 맨 안쪽에 5개가 가동 중이었다. CA저장은 각각의 과일 품종에 맞춰 온도와 습도, 산소·이산화탄소·질소 등 기체 농도까지 최적화해 저장 기간을 늘리고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CA저장고 세 곳에 수박 5000통이, 나머지 두 곳에 부사 사과 625톤이 보관돼 있었다.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의 CA저장창고 모습. [사진 롯데마트]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의 CA저장창고 모습. [사진 롯데마트]

6월 29일 수확한 수박이 8일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의 CA저장창고에 보관돼 있다. CA저장고 내부는 수박이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최적의 온도와 습도, 산소·이산화탄소·질소 비율이 계산돼 주입돼 있다. 이 수박들은 초복인 11일에 맞춰 전국 롯데마트로 출고된다. [사진 롯데마트]

6월 29일 수확한 수박이 8일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의 CA저장창고에 보관돼 있다. CA저장고 내부는 수박이 신선하게 유지되도록 최적의 온도와 습도, 산소·이산화탄소·질소 비율이 계산돼 주입돼 있다. 이 수박들은 초복인 11일에 맞춰 전국 롯데마트로 출고된다. [사진 롯데마트]

과일 당도 지키려 산소·질소 비율 맞춰  

최지용 APC센터 수석팀장은 “산지에선 맛있는 당도를 내기 위해 온도·습도를 신경쓴다. CA저장은 여기에 더해 과일이 신선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최적의 산소·이산화탄소·질소 비율까지 계산해 주입한다”며 “CA저장고에 보관해 6개월 뒤 꺼내도 산지에서 갓 수확한 품질과 맛을 낼 수 있게 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적의 산소·이산화탄소·질소 비율은 수차례 사전 테스트를 통해 도출하며 각 마트마다 대외비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9일 장마 예보가 나오자마자 이 센터 CA저장고에 산지에서 갓 수확한 수박 5000통을 입고시켰다. 신한솔 롯데마트 수박 상품기획자(MD)는 “장마철이 되면 수박이 물을 먹게 돼 당도가 확 떨어진다”며 “7월초 장마 예보에 수박을 서둘러 CA저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0통은 9일 CA저장고에서 나와 검수·포장을 거쳐 초복인 11일 전국 113개 롯데마트로 배송된다. 신 MD는 “비가 많이 왔지만 초복날 사먹는 수박의 품질과 맛은 최상급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CA저장으로 과일 가격도 잡아 

CA저장기술은 신선도에 더해 가격도 잡았다. 수박은 장마철이 끝나면 혹서기를 맞아 생산량이 크게 줄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한곤 했다. 신 MD는 “2019년부터 수박을 CA저장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고 좋은 품질의 수박을 점포에서 팔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11일 이후 다시 5000통을 CA저장고에 입고시키고, 20일 이후 또 1만 통가량을 입고시켜 8월 말까지 수박을 전국 점포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말 CA저장창고에 입고돼 6개월여 만에 나온 부사 사과들. [사진 롯데마트]

지난해 11월 말 CA저장창고에 입고돼 6개월여 만에 나온 부사 사과들. [사진 롯데마트]

지난해 11월 말 CA저장창고에 입고된 후 6개월여 만에 꺼낸 부사 사과의 당도를 측정해보니 15.5브릭스가 나왔다. 사과는 기준 당도 13브릭스 이상이면 매우 달다고 평가한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해 11월 말 CA저장창고에 입고된 후 6개월여 만에 꺼낸 부사 사과의 당도를 측정해보니 15.5브릭스가 나왔다. 사과는 기준 당도 13브릭스 이상이면 매우 달다고 평가한다. [사진 롯데마트]

이날 작업장 한 켠에선 CA저장고에서 막 나온 부사 사과의 당도 선별과 검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과의 한 품종인 부사는 매년 10~11월이 제철이다. 6~7월은 원래 아오모리 초록사과가 나오는 철이다. 롯데마트는 작년 11월 말 부사 사과 625톤을 CA저장고에 입고시켰고, 올해 4월~8월 매주 일정량을 전국 점포로 출고시키고 있다. 6개월 만에 CA저장고에서 나왔지만 사과 겉면이 붉으스름하고 매끈했다.

가을에 딴 부사 한여름에 판매    

최 APC센터 수석팀장은 “CA저장기술을 매년 개선시켜 사과의 경우 입고 후 8개월까지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CA저장 뒤에도 당도 선별기로 기준 당도 이상의 사과를 선별하고, 직원들의 꼼꼼한 검수를 거쳐 겉면에 스크레치나 반점 등이 없는 외형도 깨끗한 과일을 골라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출고 직전 워싱턴 체리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출고 직전 워싱턴 체리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 신선품질혁신센터는 2018년 3월부터 가동됐다. 이전에는 산지 파트너사로부터 과일·채소·축산 완제품을 받아 롯데마트에서 판매했지만, 배송하는 동안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잦았다. 이에 산지에서 원물을 받아 롯데마트가 직접 보관·관리·출고하기로 한 게 센터 건립의 시작이었다. 최 팀장은 “롯데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신선식품을 값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일·채소의 35%가량을 신선품질혁신센터가 취급 중인데 그 비율을 매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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