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스폰서 검사'로 윤석열 때리자…박범계도 "檢특수부 감찰"

중앙일보

입력 2021.07.09 05:00

업데이트 2021.07.09 16:0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모(48) 부부장검사 사건에 관해 감찰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누구를 적발해서 처벌하려는 게 아니고 일단 조직 진단을 하려는 차원”이라며 “수사가 끝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이게 특수하고 이례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여전히 없어지지 않은 건지 한번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건 과거 검찰 내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스폰서 문화’에 관한 것이다. 박 장관은 전날(7일) 오후 코로나19 방역 현장점검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부부장검사 관련 사건이) 일종의 스폰서 문화와 같은 그런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것이 한 검사 개인의 일탈인지 아니면 직접수사부서, 특히 경력이 좋은 특수부 검사들 조직문화의 일환인지 감찰에 준하는 파악을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직기강-부패방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직기강-부패방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의 지시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검사 술접대 의혹들도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19년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해 재판을 받거나 징계 절차 중인 검사, 지난달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2018~2019년경 술접대를 받았단 의혹이 불거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강력부 출신 검사 등이다. 김봉현 전 회장 관련 사건은 법무부가 감찰 뒤 대검찰청에 징계청구를 요청한 상태지만, 김영홍 회장 관련 의혹은 아직 감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장관은 “콕 집어서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일종의 ‘스폰서 문화’라는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중앙지검 건(김영홍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박 장관의 지시가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짜 수산업자 청탁 의혹에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과 특검팀 파견검사였던 이 부부장검사가 얽혀 있는 것과 관련, 여권은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윤 전 총장까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특검 핵심 수사지원단장도 선물을 받았단 보도가 있고, 윤 전 총장 대변인이었던 사람도 금품을 받아 입건됐다. 많은 주변인이 김씨와 관련이 있는데 윤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모른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 장관이 이날 사용한 ‘스폰서’란 단어는 엿새 전 여당 대표의 발언과도 묘하게 겹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씨와 부인·장모의 관계가 상당히 ‘스폰서 검사’ 같은 느낌”이라며 “물론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두 사람의 삶을 보면 자신들(부인·장모) 사업에 검사 사위가 스폰서 같은 역할, 경제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전날 ‘스폰서 문화’와 관련해 “저는 대부분의 일선 형사부·공판부 검사들과 무관한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해 이번 감찰이 사실상 특수부 등 일부 직접수사 부서 검사들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윤 전 총장 라인으로 지목된 ‘특수통’ 검사들에 대한 잇단 좌천성 인사와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한 조직개편에 이어 특수부를 겨냥한 ‘스폰서 감찰’까지 예고되자 검찰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엔 감찰 범위가 광범위한 만큼 법무부 장관도 포함하는 게 어떠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대법원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당시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관행에 대해 지난 3월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을 지시한 적이 있다. 감찰 결과는 내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지난 4월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이선혁)가 수사 중인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지적하며 진상 파악을, 지난 5월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19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뒤 공소장 내용이 보도되자 공무상비밀누설을 들어 감찰을 지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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