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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남쪽 언어 쓰면 혁명의 원수로 규정…남편을 오빠로 못 부르게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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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에 12일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은 8일 국회 정보위에서 “올 상반기 국가 배후 해킹 조직으로 인한 피해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9% 증가했다”며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더불어민주당)·하태경(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 #원자력연, 북 해킹에 12일간 노출 #김정은 넉달 다이어트 10~20㎏ 빼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이 연구원으로부터 6월 1일 피해를 신고받고 조사 중”이라며 “원격 재택근무 활성화 이후 국정원이 패스워드를 바꾸라고 했는데 연구원이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한다”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라고 한다. 다만 국정원은 “핵심 기술 자료가 유출된 건 아니다”고 보고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해킹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 연계 조직으로 (추정되고) 며칠간 노출됐는지는 조사 중”이라는 게 하 의원의 설명이다. 하 의원은 또 “6월 7일께는 핵융합연구원 PC 두 대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조사 중이고, 항공우주연구원도 지난해 일부 자료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 동향 관련 보고도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올해 2월 8일부터 6월 17일까지 10∼20㎏ 체중을 감량했다. 다이어트로 본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병기 의원은 “김 위원장이 몇 시간씩 회의 주재를 하고 있고, 걸음걸이도 활기차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한 뒤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고 보고했다. “이병철 당 비서는 상무위에서 탈락해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이고, 박정천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으나 총참모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간부 질타의 계기가 된 ‘방역 중대사건’은 “의주 방역장의 소독시설 가동 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공급 지연, 관리실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코로나 발병 징후나 백신 반입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다만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대비 무역 규모가 4분의 1로 줄어들고, 1~5월 북·중 무역 규모도 81% 감소해 주민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민심 불안에 따라 북한의 내부 통제도 대폭 강화됐다. 하 의원은 “급등한 쌀 가격은 1㎏당 4000원, 옥수수는 2000원 등으로 통제하고, 이를 넘겨 팔면 총살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남쪽 언어를 쓰는 사람은 혁명의 원수로 규정된다고 한다. 남편을 ‘오빠’가 아닌 ‘여보’, ‘남친’은 ‘남동무’ 등으로 써야 한다”는 설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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