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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 절반이 2030...수도권 생활치료센터 1192병상 남아

중앙일보

입력

8일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 확진자가 쏟아진 가운데 지역 감염의 81%가 서울ㆍ경기ㆍ인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갑작스런 확진자 폭증으로 K-방역의 핵심으로 꼽히는 3T(Test-Trace-Treat)가 흔들리고 있다. 3T는 지자체와 보건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1년 반 이상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지친 와중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업무에, 4차 대유행까지 엎친데 덮쳤다. 경증 환자를 격리하는 생활치료센터는 수도권에 1200여 병상만 남아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 위기에 놓인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 위기에 놓인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뉴스1

첫 단추인 검사부터 삐걱댄다. 방역당국이 홍대 주점ㆍ클럽에 이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수도권 집단감염 발생지 방문자에 대거 코로나19 검사를 권하면서 선별검사소에 연일 사람이 몰리고 있다. 2~3시간 가량 대기줄이 이어지는가 하면, 검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검체채취용 키트(면봉)이 동나기도 했다. 이때문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검사가 일시 중단됐다. 8일 서울시와 각 구청에서 검사채취용 키트 수량을 대폭 늘리고 검사 보조 인력을 추가로 파견하면서 전날보다 나아졌지만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확진자 폭증에, K-방역 핵심 ‘검사-역학조사-치료’ 흔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각각 20만건, 22만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검사가 이전에 비해 2만명 가량 늘어났고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에 검사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인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검사 지연보다 큰 문제는 보건소와 지자체 인력의 체력이 고갈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폭염 속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 하루종일 검사에 매달리는 의료진 뿐 아니라 이들을 보조하는 행정인력이 탈진 직전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의 행정직원 A씨는 “지난 주말부터 하루 16시간 이상 근무 중”이라며 “1년 넘게 뼈를 갈아가며 일해왔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서 더 암담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은 무더위 속에 너무 고생하고 있어서 내색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200명대를 넘어선 7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열을 식히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200명대를 넘어선 7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풍기로 열을 식히고 있다. 뉴시스

추적도 마찬가지다.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관과 보조 요원이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밀접 접촉자를 가려내 조기 격리해야 한다. 그런데 젊은층을 중심으로한 산발적 감염이 늘어나면서 역학조사에 과부하가 걸렸다. 서울시의 경구 신규 확진자 절반 가량이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황이다.

애초에 역학조사 인력 자체가 부족한게 문제다. 연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전국 역학조사관은 400명 남짓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인구 10만명 이상의 시군구는 1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을 둬야 한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중 인구 10만명 이상 156개 시군구 중 역학조사관을 두지 않은 시군구는 27개(20%)에 달한다. 의사나 간호사가 전문 교육을 거쳐야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어 단기간에 인력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급한대로 역학조사를 보조하는 인력 300명을 정부에 요청했다. 방역망을 빠져나간 밀접 접촉자들이 격리 안된 채 무증상 감염자가 될 경우 지역사회 숨은 감염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방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알파ㆍ베타ㆍ감마 변이의 경우 PCR(유전자)검사로 한번에 변이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데 델타는 아직이다. 그러다보니 검사부터 델타 변이 확인까지 최소 3~4일이 걸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의 경우에는 저희가 시중에 나온 시약에 대한 평가를 했더니 정확도가 80%로 낮아서 사용하기 어렵다”라며 “권역센터(5곳)나 질병청에서 변이 분석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델타 변이를 한번에 확인하는 시약을 개발해 시험 중인데 아직 정확도가 9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며 “좀 더 개선되면 시ㆍ도에 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치료도 문제로 꼽힌다. 당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 2000명 발생에 대비해 중증 환자 격리 병상을 준비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수도권 중증환자 전용 병상은 311개가 남아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데 비해 위중증 환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20~30대 확진자가 신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무증상ㆍ경증 환자를 격리하는 생활치료센터가 포화상태가 됐다. 7일 오후 8시 기준 빈 자리가 서울 640병상, 경기 374병상, 인천 178병상 등이다. 당국은 3차 대유행이 사그라들면서 문 닫았던 생활치료센터들을 다시 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확진자가 이 추세로 늘면 2~3일 내 경증 확진자는 자가치료를 해야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으로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3차 유행 때처럼 확 늘지 않는건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확진된 사람들 중 얼마나 중증으로 악화할지 모르니 2~3주 뒤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달(6월9일~7월8일)간 국내 코로나19 사망률이 0.3%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확진자가 늘면 그에 비례해 사망자도 늘기마련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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