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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해운업계 지각변동…MSC, 머스크 잡고 1위 가나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인 해운사 MSC의 선박이 지난 4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정박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세계적인 해운사 MSC의 선박이 지난 4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정박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세계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해운업 호황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해운사들이 보유 선박수를 늘리며 '몸집 불리기' 전쟁을 벌이면서다. 당장 1위 업체의 이름이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위스 합작기업인 지중해해운(MSC)이 덴마크의 AP 몰러-머스크(머스크)를 제치고 50년만에 세계 최대 해운사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도했다.

해운 컨설팅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8일 기준 현재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1위는 418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인 머스크다. MSC는 이보다 적은 404만TEU다. 머스크가 아직 근소하게 앞서는 1위다.

하지만 향후 선박 주문 규모까지 감안하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머스크의 선박 발주량은 4만TEU에 불과하지만, MSC는 87만TEU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MSC가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대 해운사가 된다는 것이다. FT는 “MSC가 올해 세계 1위 해운사에 등극한다면 이는 회사 창립 50년만에 최초”라고 전했다.

세계 10대 해운사 선복량 및 발주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세계 10대 해운사 선복량 및 발주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SC가 머스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 덕이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지난해 8월 이후 새 선박 43척과 중고 선박 약 60척을 사들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상 물류 수요가 폭등하며 늘어난 수익을 신규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FT는 “가족 기업으로 비상장사인 MSC의 매출과 수익 등은 베일에 가려있지만 코로나19 이전 매출은 25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를 넘었고 이후에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돈을 쏟아붓는 것뿐만 아니다. 머스크를 무찌르기 위해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FT는 “MSC는 최근 라이벌인 머스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던 소렌토프트 영입해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했다”며 “창사 최초로 외부인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에서 25년을 일한 뒤 MSC로 자리를 옮긴 토프트는 “MSC는 가족 기업으로 비상장사라 주주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머스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MSC를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되살아난 해운업계…치킨게임 재연 우려도 

세계 최대 해운사 자리를 예약한 이탈리아-스위스의 해운업체 지중해해운(MSC) 회장 지안루이지 아폰테가 2019년 10월 프랑스 생나제르에서 열린 자사 선박 진수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해운사 자리를 예약한 이탈리아-스위스의 해운업체 지중해해운(MSC) 회장 지안루이지 아폰테가 2019년 10월 프랑스 생나제르에서 열린 자사 선박 진수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현재 해운업계는 몸집 불리기 경쟁 중이다. 경기 회복 속 해운 수요가 폭등했지만 컨테이너와 선박이 부족해 물류대란이 벌어졌다. 그 결과 고운임 시대가 도래하자, 해운사들이 벌어들인 돈을 신규 선박에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요 해운사가 올해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건전성이 확보된 것도 업계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가운임 경쟁의 제살깎아먹기 '치킨게임'을 버티지 못한 많은 해운사가 문을 닫았다. 2017년 파산한 한진해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업체는 호황의 단맛을 누리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업체 간 순위 경쟁도 치열하다. MSC와 머스크 순위 변동 움직임도 이 연장선에 있다. 중위권 경쟁도 만만치 않다. 기존 3위 해운사였던 중국 COSCO도 최근 프랑스의 CMA CGM에 자리를 내줬다. 한국의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대만 에버그린에 이은 8위에 자리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항만 정체와 선사들의 서비스 차질로 화주들의 선박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 및 공급망 차질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고운임 구조가 사라지면 또다시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몸집을 불린 해운사 사이의 ‘치킨게임’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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