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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전 사무차장 “北 핵무기 40개…해킹으로 무기 역설계"

중앙일보

입력

북핵 사찰 총책임자를 지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현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이 “북한이 최대 40개의 핵무기를 보유했고 이미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라고 8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원자력연구원과 방산업체들의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해킹으로 얻은 자료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무기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첫 핵실험 후 15년…소형화 기술 갖춰" #"이미 확보한 핵무기만으로 억지력 충분" #"北 사이버 공격은 새로운 종류의 역설계" #"해킹 등 北시스템 접근할 수단·방법 써야"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현재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중앙포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현재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중앙포토]

그는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은 5~8개의 플루토늄 기반 핵무기(약 40㎏의 플루토늄)와 20~25개의 우라늄 기반 핵무기(약 540~550㎏의 고농축우라늄)를 가진 것으로 계산된다”며 “북한의 핵 보유량을 최대 40개로 잡는 게 적절한 추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만큼의 핵물질을 비축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를 모두 핵무기 제작에 사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2006년에 첫 핵실험을 했으니 소형화를 추진할 시간이 15년이나 있었다”며 “6차 핵실험의 경우 폭발력이 엄청나게 큰 수소탄이나 증폭핵분열탄 실험으로 이 정도 규모의 크고 정교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면 소형화 기술 역시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미 확보한 핵무기만으로도 충분한 억지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 만큼 북한은 온갖 핵무기 관련 기술의 추가 개발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이와 관련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설계와 작동 방식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고, 핵 장치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을 개발하고 시험했다”며 “실제 핵폭발 실험 대신 이와 아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이론 모형’을 시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2018년 5월 24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실제 핵폭발 실험 대신 이와 아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이론 모형'을 실험할 수 있다"고 8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24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실제 핵폭발 실험 대신 이와 아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이론 모형'을 실험할 수 있다"고 8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최근 원자력연구원과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과 관련한 질문에는 “북한은 줄곧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를 통해 무기를 개발해왔다”며 우려했다. 그는 “북한은 기술을 모방한 뒤 실험을 거쳐 제작하는 수순을 반복해왔다”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새로운 종류의 역설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정보를 모아서 다른 나라의 문제 해결 방식을 살펴본 뒤 자체 무기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 진전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북한이 한국과 주한미군,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중ㆍ단거리 미사일을 갖춘 것은 큰 문제”라면서 “방어체계를 갖춰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정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정보(HUMINT)와 감청ㆍ영상 정보를 통해 북한 내 위험스러운 여러 동향을 잡아내야 한다”며 “해킹 등 북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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