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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백패션 추미애, 클래식 이재명...與 8인 베스트 드레서는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기호순)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기호순)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정치인의 옷차림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대선 예비경선에 도전장을 낸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8인의 패션 전략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와 호흡, 몸짓 하나하나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합동 토론 무대 위 후보들의 ‘OOTD(outfit of the day·일일 패션)’를 분석했다.

‘클래식 중후함’ 이재명 vs. ‘소프트 터치’ 이낙연 

우선 1위 이재명 지사와 2위 이낙연 전 대표가 정반대 전략을 쓰는 게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미지던 이 지사가 보수적 차림새로 무게감 강조에 나선 반면,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전 대표는 부드러운 색상·패턴으로 친근한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KBS가 중계한 더불어민주당 제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토론회에 출연해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KBS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KBS가 중계한 더불어민주당 제 20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토론회에 출연해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KBS 캡처]

이 지사는 앞서 세 차례(3일 KBS, 5일 JTBC, 6일 MBC)의 TV토론에서 모두 짙은 감색·진회색 계열 정장을 입었다. 캠프 관계자는 “압도적 1위 후보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클래식 정장”이라며 “이 지사로서는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게 되레 파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 단색 넥타이를 1·3차 TV토론에서 동일하게 맸고, 2차 토론 때는 아예 노타이 차림으로 군더더기를 최소화했다.

“평소 옷차림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 지사는 참모진 조언에 따라 변주 없는 ‘수트핏의 정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중후한 분위기 연출을 통해 “새털처럼 가볍다”(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불안하고 검증해야 될 부분들이 많다”(박용진 민주당 의원)는 일종의 ‘아킬레스건’을 커버하겠다는 전략이다.

2017년 경선 때와는 달리 백발을 염색하지 않는 것도 ‘안정적이고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추구하겠다’는 이미지 전략과 관련이 있다. 안경 역시 “기존의 두꺼운 테를 얇은 금속 테로 바꿔 클래식 정장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샤프한 이미지를 노렸다”(캠프 측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창조관 스튜디오에서 JTBC와 MBN 공동주최로 열린 예비경선 2차 합동 TV토론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창조관 스튜디오에서 JTBC와 MBN 공동주최로 열린 예비경선 2차 합동 TV토론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패션에 가장 중요한 것이 TPO(시간·장소·상황)”라며 “짙은색 정장은 선명한 메시지와 카리스마를 구현해야 하는 정치인이 반드시 입어야 할 복장이다. 클래식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부쩍 밝은 회색 정장을 입는 빈도가 늘었다. 국무총리·당대표 때 입던 ‘공무원복’보다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내려는 의도다. 김효진 컬러이미지컨설턴트는 “회색은 자기 생각을 강하게 개진할 때는 어울리지 않는 컬러지만, 중도·포용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그레이(회색) 수트가 상대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최근 지지자들 사이에서 ‘연며들다(낙연+스며들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공감, 따뜻함, 소탈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편안히 다가가는 데 스타일링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TV토론회 때 착용한 여러 컬러의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선 당시 즐겨 맸던 패턴으로 ‘국민 통합’의 의미다.

다만 예의와 격식을 중시하는 이 전 대표는 2차 TV토론 때 “노타이 차림이니 재킷을 벗자”는 참모진 권유에도 “국민 앞에 설 때는 격식을 갖춰야 한다”며 겉옷 착용을 고수했다고 한다.

여성 참정권 드러낸 추미애, ‘베스트 드레서’ 박용진

유일한 여성 주자인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백’ 착장을 해 짙은 색 옷을 입은 남성 후보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ts-15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이낙연·추미애·김두관·이광재·최문순·정세균·이재명·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3일 서울 여의도 kbs ts-15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합동 tv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이낙연·추미애·김두관·이광재·최문순·정세균·이재명·양승조 후보. 우상조 기자


20세기 초 영미권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흰 옷으로 주목도를 끈 데서 유래한 ‘서프러제트 화이트(suffragette white)’ 전략이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여성 정치인이 중요한 날 흰옷을 입어 존재감을 배가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11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당선 직후 흰옷을 입고 연설했고,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주자로 뽑힌 날 흰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추 전 장관은 이후 토론에서도 핑크·하늘색 등을 흰색에 매치하는 방식으로 밝은색 코디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 별명답게 신발은 운동화, 하의는 바지를 고수하는 편이다. 캠프 관계자는 “일하는 여성의 전문성, 강직함을 드러내는 데 익숙해서인지 치마 차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추 전 장관은 주로 홈쇼핑 구매를 즐긴다”고 귀띔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8일 승리 연설을 했다. YTN캡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8일 승리 연설을 했다. YTN캡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50세지만 민주당 최연소 주자로 “세대교체”를 내세운 박용진 의원은 이른바 ‘세미 정장’으로 다양한 스타일 변주를 뽐낸다. 흔히 ‘콤비(combination)’라 부르는 상·하의 분리 차림을 택하거나, 와이셔츠 대신 폴로티·V넥티를 재킷 안에 과감히 매치하는 식이다. 2차 TV토론 때 박 의원이 입은 베이지색 정장을 두고 온라인 게시판에는 “스타트업 창업가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정연아 대표는 “반듯한 외모에 젊고 활기찬 룩을 상당히 잘 소화해 ‘자신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민주당의 베스트 드레서”라고 박 의원을 평가했다. 캠프 관계자는 “원래 양복 정장을 선호했는데, 약 한 달 전부터 사모님(박 의원 아내) 조언에 따라 활동성을 강조한 캐주얼 차림으로 패션 기조를 확 바꿨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창조관 스튜디오에서 JTBC와 MBN 공동주최로 열린 예비경선 2차 합동 TV토론회를 앞두고 OX퀴즈판을 들고 웃고 있다. 2021.7.5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창조관 스튜디오에서 JTBC와 MBN 공동주최로 열린 예비경선 2차 합동 TV토론회를 앞두고 OX퀴즈판을 들고 웃고 있다. 2021.7.5 임현동 기자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7.6/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방송센터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7.6/뉴스1

‘넥타이 포인트’ 정세균·최문순

70대인 정세균 전 총리도 젊은 감각에서는 뒤지지 않으려 한다. 유튜브 채널에서 힙합 전사·해리포터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했지만 “토론에서는 무리하게 젊게 보이려 하지 않고, 본인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포멀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 계획을 발표할 때 빨간 넥타이를 고른 건 정 전 총리 본인 선택이었다. 한 측근은 “증권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상한가를 나타내는 붉은 색을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단일화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단일화 추진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두관 의원 역시 “일부러 젊어 보이려는 노력은 반감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참모들이 주로 코디 조언을 하는데, ‘풍채를 이용해 안정감 있고 세련된 중년 남성으로 연출하자’는 게 기본 틀이다. 그는 1차 토론에서 ‘내 인생의 한 장면’ 사진으로 젊은 시절 씨름 한판 뒤집기 순간을 내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땡땡이’로 부르는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즐겨 맨다. 지난달 1일 출마 선언 때 맸던 넥타이를 1차 토론 때 그대로 매고 나왔다. 김용철 강원도 대외협력관은 “10년 전 평창 올림픽 유치 순간에 맸던 넥타이”라면서 “중요한 날마다 매는 행운의 소품”이라고 소개했다.

“책임감 있는 도지사 업무 스타일링 그대로”는 양승조 충남지사의 패션 기조다. 하수완 충남도 서울본부장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면서 “대선 경선 일정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이발할 시기를 놓칠 정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오른쪽 부터), 정세균, 최문순, 김두관, 추미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오른쪽 부터), 정세균, 최문순, 김두관, 추미애,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후보가 5일 서울 마포구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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