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장 ‘괘씸죄’…디디추싱 주가 폭락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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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6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중국 디디추싱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디디추싱 로고 앞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6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중국 디디추싱의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디디추싱 로고 앞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 6일 급락했다. 중국의 ‘공산당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말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대표적이다.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 4일 디디추싱 애플리케이션(앱)을 중국의 모든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개인정보의 수집·사용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2일에는 디디추싱을 국가 안보 관련 혐의로 심사하겠다고도 밝혔다.

중국 기업 ‘공산당 리스크’ 현실화
민감한 데이터, 미국 넘어갈 우려
‘중국내 상장’ 어기자 대놓고 보복
“외국 상장 땐 보안심사” 법도 추진

뉴욕 증시는 지난 5일 독립기념일 대체휴일로 휴장했다. 이어 지난 6일 뉴욕 증시 개장 직후 디디추싱은 급락세로 출발했다. 결국 전날보다 19.58% 하락한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44억 달러를 모았다.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디디추싱은 알리바바 영업맨 출신인 청웨이(38)가 2012년에 세운 회사다. 현재 디디추싱에서 청웨이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골드만삭스 출신의 류칭(43)은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6일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한 중국 기업은 디디추싱만이 아니다. 화물차량 공유서비스를 하는 만방그룹(滿幇集團)은 6.68%,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를 하는 보스즈핀(BOSS直聘)은 15.95% 하락했다. CAC가 안보 심사 대상으로 지목한 기업들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한 이후 인터넷 기업의 ‘고삐’를 죄고 있다.

디디추싱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디디추싱 주가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데이터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마련 중이다. 만일 데이터 접근을 거부하면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이 ‘데이터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디디추싱은 차량 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위치나 동선 같은 개인정보를 다룬다. 이런 식으로 중국 플랫폼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청웨이

청웨이

중국은 지난달 데이터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중국 기업이 외국 정부에 데이터를 제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은 기업들이 미국 대신 상하이나 선전·홍콩 증시에 상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 증시를 택한 디디추싱·보스즈핀·만방그룹은 중국 당국의 ‘괘씸죄’에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중국 기업의 외국 증시 상장을 불편해하는 신호”라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7일 외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은 CAC의 인터넷 보안 심사를 받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지시했다. 기존에는 증권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외국 증시 상장이 가능했다. 만일 CAC의 보안 심사를 받지 않으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하던 중국 기업들이 IPO 절차를 중단하거나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기술 엘리트는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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