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라타 실축…영웅들 무덤 된 승부차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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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페인 알바로 모라타(오른쪽)의 페널티킥이 이탈리아 골키퍼 돈나룸마에 막혔다. 동점골을 넣었던 모라타는 영웅에서 역적이 됐다. [AP=연합뉴스]

스페인 알바로 모라타(오른쪽)의 페널티킥이 이탈리아 골키퍼 돈나룸마에 막혔다. 동점골을 넣었던 모라타는 영웅에서 역적이 됐다. [AP=연합뉴스]

승부차기의 여신은 이번에도 영웅을 울렸다. 킬리안 음바페(23·프랑스)에 이어 알바로 모라타(29·스페인)도 승부차기에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유로 2020 결승 이탈리아 선착
후반 동점골 넣은 스페인 모라타
조별리그 이어 또 실축 ‘역적’ 돼
응원곡 투표서 BTS의 버터 1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유로 2020 준결승이 7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탈리아가 후반 15분 선제골을 넣었다. 스페인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테가 태클로 걷어낸 공이 이탈리아 페데리코 키에사 앞으로 굴러갔다. 키에사는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골을 터트렸다.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모라타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를 쓰지 않는 ‘제로톱’ 전술을 썼다. 그러나 0-1로 밀리자 모라타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원톱 스트라이커인 모라타는 이번 대회 내내 부진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골에 그쳤다. 슬로바키아와 3차전에서 페널티킥을 놓친 뒤에는 팬들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의 소셜미디어(SNS)에 “살고 싶으면 스페인을 떠나라”, “가족을 죽이겠다”는 등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모라타는 후반 35분 중앙선부터 공을 몰고간 뒤 다니 올모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끝에 기어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탈리아 수비수 다섯 명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멋진 득점이었다. 이전까지의 부진을 한 번에 씻어내는 듯했다. 이 골로 그는 스페인 사상 유로 최다득점(6골)의 주인공이 됐다.

두 팀은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간 1-1로 비겨 승부차기를 벌였다. 양 팀 1번 키커들이 나란히 실축한 후 다섯 명이 연달아 골을 성공했다. 3-2로 뒤진 상황에서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모라타는 강하게 차지 않았다.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을 노렸다. 그러나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그의 움직임을 읽고 선방했다. 이탈리아는 5번 키커 조르지뉴가 골을 성공해 4-2로 이겼다.

불과 40분 전 스페인의 영웅이었던 모라타는 역적이 됐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은 “모라타는 실축에 좌절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훌륭했다. 어려운 경기에서 득점했다”며 위로했다.

프랑스의 에이스 음바페도 승부차기를 실축했다. 음바페는 지난달 29일 열린 스위스와의 16강전을 3-3으로 마쳤다. 양 팀 아홉 명의 키커가 연이어 골을 성공했지만, 마지막 키커인 음바페가 실축하면서 프랑스는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음바페는 19세 젊은 나이에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으로 그의 이적료(1억8000만 유로·2400억원)는 세계 최고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네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게다가 승부차기까지 놓치면서 끝내 명예 회복에 실패했다.

‘11m의 러시안 룰렛’이라고도 불리는 페널티킥은 골키퍼보다 키커에게 유리하다. 실패했을 때의 좌절도 그만큼  크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치러지는 승부차기는 팀의 승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압박감이 더 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과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선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와 다비드 트레제게(프랑스)도 우승을 내주고 괴로워했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2 결승에서 스페인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2018년 9월 포르투갈전 패배 후 A매치 33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네 차례나 우승한 강호다. 유로에서는 1968년 이후 두 번째로 정상에 도전한다. 이탈리아의 결승 상대는 잉글랜드-덴마크전 승자다. 결승전은 12일 새벽 4시 열린다.

한편 이날 웸블리 스타디움에선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버터(Butter)가 울려 퍼졌다. 유로 2020 공식 트위터는 7일 “약 450만 명이 투표한 결과,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주될 네 곡의 노래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들 노래 중 BTS의 버터가 루이 톰린슨의 ‘킬 마이 마인드’를 제치고 가장 높은 47%의 지지율을 얻었다. BTS는 지난 2019년 한국 가수 최초로 9만 명을 수용하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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