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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 옛말…계좌명 ‘13579bomb’ 소유주도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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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7일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비밀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7일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비밀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국세청]

한번 숨기면 정부도 못 찾는다는 스위스 비밀 계좌도 이젠 옛말이 됐다. 과세당국이 최근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계좌에 불법 은닉한 ‘블랙머니(음성적으로 유통하는 뭉칫돈)’를 찾아 탈세 혐의 확인에 나섰다.

국세청, 국제공조 통해 조사 착수

7일 국세청은 해외 비밀계좌나 인터넷 금융 플랫폼을 활용한 신종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을 확인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사 대상에는 ▶해외 비밀계좌 운용(14명) ▶전자지급결제대행(PG) 이용한 신종 역외탈세(13명)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국외 소득이전(19명) 크게 3가지 유형이 이름을 올렸다.

A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하는 해외법인에 제품을 수출한 뒤 현지에서 대금을 받아 이를 해외 비밀계좌에 숨겼다. A씨는 해외법인에게 받은 급여·배당도 비밀계좌로 빼돌려 관련 소득과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했다. 이렇게 은닉한 자금은 해외 유학 중인 자녀의 해외 부동산 구매에 활용했다.

A씨 처럼 자금을 해외 비밀계좌에 숨긴 이들은 계좌명을 실명 확인이 어려운 ‘숫자 계좌’로 개설했다. 계좌명을 ‘13579bomb’ 같이 이름 대신 숫자와 특정 단어를 조합한 자신만 아는 명칭으로 해 놓는다. 과거 스위스·홍콩·싱가포르 처럼 금융비밀주의가 강한 나라는 이런 익명 계좌 실소유주를 확인하려면 법원 소환장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국가를 포함해 총 151개국 금융정보를 국제 협정을 통해 교환하고 있어 비밀계좌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계좌보유자·계좌번호·계좌 잔액 등 금융정보를 정기적으로 교환하고 있고, 세무조사 시 역외탈세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금융계좌정보를 포함하여 개별 거래내용 등을 탈루혐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추가로 교환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상거래 기술 발전을 악용한 탈세 의심 사례도 적발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악용해 해외 및 외국인 대상 매출을 누락하는 수법이 많았다. PG는 온라인으로 해외 물건을 살 때 안전한 거래를 위해 대금 결제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PG를 통한 결제는 전자지급결제대행사 명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출을 숨기기가 쉽다. 이번에 적발한 사례들도 이런 PG 결제의 허점을 노렸다.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화장품·잡화를 판매하는 B씨. 해외 PG업체에게 받은 판매대금을 해외 가상계좌로 받은 뒤, 이를 다시 B씨 장남의 국내 가상계좌 등을 통해 변칙 반입해 소득을 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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