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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원금 80% 선 긋고···골라내는데만 예산 42억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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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만 42억원 넘게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오종택 기자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차 추경 편성 금액 중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지원’과 관련해 건강보험공단에 총 42억11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앞서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선별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위 80%’ 선별 기준은 건강보험료가 될 예정인데, 정부는 최신 건보료 자료(6월분)가 10일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후 기준을 발표한다고 밝힌 상태다.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에 책정된 추경 가운데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위한 인건비로만 17억700만원의 금액이 편성됐다. 전국 178개 건보공단 지사별 각각 2명씩, 본부와 6개 지원본부에 16명 등 총 372명의 민원상담 인력을 배치하고, 이들에게 임금과 수당으로 11억16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4대 보험금(1억2100만원), 사무기기 임대(9800만원), 사전교육ㆍ인력채용비(3억7200만원) 등이 책정됐다. 복지부 측은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건보공단의 보험료 상담 등을 위한 단기 인력을 확보하고 상담사 교육자료 마련 및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보료 조회를 위한 전산 인프라 구축에도 25억400만원이 편성됐다. “건보공단의 보험료 조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인데, 해당 예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비, 개발비로 책정됐다.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23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23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지부 측은 “보험료 조회서비스 실시간 접속자가 평상시 1000명 수준인데, (건보료)기준 발표일에는 7000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 조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보강하기 위해서”라고 편성 이유를 밝혔다.

건보료 기준을 발표하면 당일 조회 사이트 접속자 수가 폭증해 서버가 먹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추경과 관련해선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을 긴급하게 지급 결정하게 됨에 따라, 원활한 지급 지원을 위한 예산을 추경 내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당ㆍ정이 재난지원금을 하위 80%에만 선별지급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선 “대상을 선정하는 데 행정비용이 더 들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또 건보료 기준이 자가 대신 비싼 전ㆍ월세에 사는 사람, 소득이 바로 잡히지 않는 ‘주식부자’ 등을 가려내지 못하는 데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 차이도 있어 빈틈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불과 몇 원 차이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가구와 재난지원금을 지급 받은 가구 간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조명희 의원은 “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기 위해 상담사를 채용하고 서버를 개발하는 인적, 물적 준비에 42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쓰인다는 건데, 국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추경 예산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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