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여행지 많더라…“코로나 끝나도 국내서 휴가” 47%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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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코로나19가 휴가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해외여행이라는 선택지가 없어진 지금, 우리 휴가 모습은 한층 다양해졌다. 국내 유명 관광지는 물론, 과거엔 주목받지 못했던 숨은 국내 여행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예 여행을 포기하고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홈캉스’족도 늘고 있다. 북적이는 인천공항, 당연한 듯 챙겼던 여권이 없는 코로나19 시대의 휴가 풍경을 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확산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확산세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지난 2019년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베트남 하노이행 비엣젯 체크인 카운터에 여행객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 뉴스1

지난 2019년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베트남 하노이행 비엣젯 체크인 카운터에 여행객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 뉴스1

종잡기 어려운 코로나 속 “휴가 계획 없음”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맞는 여름 휴가철이다. 중앙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함께 전국 20~50대 총 2020명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27.4%가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여름 휴가를 갈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여름 휴가 시기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나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여름 휴가 시기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나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의외의 결과는 ‘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이들이 27.2%로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계획하는 휴가지를 묻는 질문에도 ‘따로 휴가지에 갈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39.3%로 가장 높았다.
김지수(33·경기 동탄) 씨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해외여행에 대한 계획으로 들떠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져서 휴가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며 “근교로 여행을 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조용히 집에서 휴식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 여름 휴가지 계획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 여름 휴가지 계획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도 휴가 계획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혜진(26·서울 목동) 씨는 “원래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는데 비행기와 숙소, 렌트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고 당장 코로나19가 얼마나 심해질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보류했다”며 “어차피 국내로 여행 갈 거라서 해외처럼 굳이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되니 미리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으로 눈 돌렸지만, 예약 몰려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수혜 휴가지는 ‘국내’였다. 올여름 휴가지로 계획하고 있는 지역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18.4%가 강원도, 14.1%가 제주도, 9.3%가 서울 및 근교를 꼽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휴가 형태를 묻는 말에도 응답자의 33.7%가 ‘지방의 펜션이나 풀빌라에서 현지 맛집·볼거리 등 즐기기’를 꼽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도심의 호텔 한 곳에서 먹고 놀고 쉬겠다(22.8%)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족들도 많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휴가 형태는 무엇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장 마음에 드는 휴가 형태는 무엇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평소 해외로 떠나는 인구가 국내로 몰리다 보니 예약이 어렵고 비용이 비싸 망설여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번 여름에 강원도 양양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미경(44·서울 서초동) 씨는 “5월 중순에 제주도 여행을 알아봤는데 이미 괜찮은 호텔이나 리조트는 예약이 다 끝나 상대적으로 한가한 강원도로 휴가지를 바꿨다”며 “아이 학원 방학 등으로 휴가 시즌은 정해져 있는데, 국내로 모두 몰리다 보니 유명 관광지는 물론 도심 호텔도 예약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올 여름 휴가로 선호하는 숙박 형태는 무엇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 여름 휴가로 선호하는 숙박 형태는 무엇인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를 계기로 눈을 뜨게 된 국내 여행은 앞으로가 더 호황일 거란 기대가 많다. 내년 이맘때 코로나19가 극복됐다는 가정하에 어디로 떠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47.3%의 응답자가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더라, 국내로 가겠다’는 답변을 골랐다. 무조건 해외로 가겠다는 응답자는 24.2%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에 눈을 뜬 여행자들이 많다. 코로나19를 극복한 뒤에도 국내 여행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47.3%였다. 사진 언스플래쉬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에 눈을 뜬 여행자들이 많다. 코로나19를 극복한 뒤에도 국내 여행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47.3%였다. 사진 언스플래쉬

진짜 휴식처 된 ‘집’

새로운 휴가지로 떠오른 곳도 있다. 다름 아닌 ‘집’이다. 휴가지 계획을 묻는 말에 ‘집콕’을 콕 집어 선택한 이들이 전체 응답자의 16%를 차지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여행 형태를 묻는 말에도 ‘집콕하며 힐링하기’를 선택한 이들이 24.8%나 됐다.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집이 제일 편해, 집콕 하겠다’라고 대답한 이들이 28.5%로 국내 여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내년 이맘때 코로나19가 극복됐다는 가정 하에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내년 이맘때 코로나19가 극복됐다는 가정 하에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엄혜정(34·서울 잠실)씨도 올해 휴가를 집에서 보낼 작정이다. 엄 씨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집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은 것 같다”며 “요즘은 집에서도 일할 때는 ‘일모드’로, 쉴 때는 ‘휴식모드’로 전환이 쉬워졌다”고 했다. 일만 안 해도 집에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휴가 계획’ 2000여명 설문
선호지역 강원·제주·서울근교 순
절반은 “따로 휴가지 안 가” “집콕”

“코로나 2년, 집에서 노는 법 터득”
평소 못한 취미강좌 수강 계획도

집콕에 대한 열망은 연령을 가리지 않았지만, 특히 40대 응답자의 비율이 높았다. 마음에 드는 휴가 형태로 집콕을 꼽은 40대는 27%, 올여름 휴가지를 묻는 말에서도 ‘집콕’을 택한 40대는 20.6%로 가장 높았다. 4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인들에게 여름휴가는 일종의 도피처다. 과거엔 도심과 직장,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선택하는 경우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집과 직장이 구분되지 않고, 비일상적 상황 계속되면서 오히려 휴가에서만큼은 일상의 편안함을 찾으려는 심리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여름 휴가 계획으로 에어비앤비 등 집과 비슷한 환경의 장소를 빌려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여름 휴가 계획으로 에어비앤비 등 집과 비슷한 환경의 장소를 빌려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휴가라고 꼭 어디 가야? 나만의 힐링 법 찾는다

무엇보다 여행하면 ‘어디로’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무엇을’이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장소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를 더 많이 고민한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모처럼의 휴가에 집에서 평소 못했던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었다. 직장인 김혜연(29·서울 강동) 씨도 올여름 휴가를 위해 인기 분재 클래스를 등록해 놓았다. 김 씨는 “분재나 도자기 수리, 요리 수업 등 평소 시간이 나지 못했던 취미를 ‘원데이 클래스’로 듣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수업을 듣고 근처 예쁜 카페에서 힐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휴가 기간에 평소 배우고 싶었던 취미 관련 '원데이 클래스(하루 강좌)'를 듣겠다는 이들도 많다. 사진 클래스101

휴가 기간에 평소 배우고 싶었던 취미 관련 '원데이 클래스(하루 강좌)'를 듣겠다는 이들도 많다. 사진 클래스101

온라인 강좌 플랫폼 ‘클래스101’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오픈한 클래스(강좌) 누적 개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해 2000개를 기록했다. 특히 휴가 기간인 7~8월에는 취미 관련 클래스 수강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스101 관계자는 “지난해 7월과 8월에도 휴가 기간 동안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아트&디지털 드로잉 수업의 거래액이 다른 때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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