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5종 아이돌 전웅태 “훈련도 007 오디션처럼”

중앙일보

입력 2021.07.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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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쿄올림픽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검과 총을 들고 있다. 펜싱을 하고, 헤엄치고, 말 타고, 달리며 총을 쏘는 근대 5종에서 그는 깜짝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경록 기자.

도쿄올림픽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검과 총을 들고 있다. 펜싱을 하고, 헤엄치고, 말 타고, 달리며 총을 쏘는 근대 5종에서 그는 깜짝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경록 기자.

“007 주인공을 뽑기 위한 오디션 같대요.”

도쿄올림픽 깜짝 금메달 후보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 다 해야
매일 15시간 훈련, 최근 월드컵 우승
“운동에 미친 좀비 같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만난 도쿄올림픽 근대 5종 국가대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는 ‘근대 5종’을 영화 ‘007 시리즈’에 빗댔다.

근대 5종은 한 선수가 하루에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등 5개 종목을 모두 하는 종목이다. 007 첩보원 제임스 본드처럼 검으로 찌르고, 헤엄치고, 말 타고, 달리며 총을 쏜다. 전웅태는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이 만든 ‘가장 올림픽다운 경기’다. 만능 스포츠맨으로서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최근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은 도쿄올림픽 깜짝 금메달 예상 종목으로 근대 5종을 꼽았다. K-팝 가수 같은 외모의 ‘근대 5종 아이돌’ 전웅태가 기대주다. 그는 2018년 월드컵 3차 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고, 그해 국제근대5종연맹(UIPM) 세계 랭킹 1위(현재는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웅태는 지난 4월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 2차 대회에서 2년 11개월 만에 우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년 만에 출전한 대회였다. 그는 “코로나가 심했던 작년 4~5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검(펜싱)은 고기굽기용, 채찍(승마)은 파리잡기용으로 썼다”고 농담했다.

전웅태가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펜싱. 배점이 큰 펜싱에서 승부가 갈린다. 김경록 기자

전웅태가 가장 중점적으로 훈련하는 펜싱. 배점이 큰 펜싱에서 승부가 갈린다. 김경록 기자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웅태는 중학생 때 근대 5종으로 전향했다. [사진 전웅태]

초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웅태는 중학생 때 근대 5종으로 전향했다. [사진 전웅태]

학창 시절부터 승마 특훈을 받은 전웅태. [사진 전웅태]

학창 시절부터 승마 특훈을 받은 전웅태. [사진 전웅태]

근대 5종의 꽃이라 불리는 레이저 런. 전웅태가 강한 종목이다. [사진 전웅태]

근대 5종의 꽃이라 불리는 레이저 런. 전웅태가 강한 종목이다. [사진 전웅태]

다음 달 1일 출국하는 전웅태는 5일 도쿄올림픽 근대 5종 남자 개인에 출전한다. 월드컵은 하루에 모든 경기를 치르지만, 올림픽은 이틀 전에 펜싱 풀리그를 먼저 한다. 경기 당일 ▶수영 200m(영법은 자유) ▶펜싱 보너스 라운드 ▶승마 장애물 비월(장애물 15개 넘기) ▶레이저 런(육상 800m를 뛰고 사격 5발을 맞히는 과정을 4회 반복)을 진행한다. 합산 점수로 36명의 순위를 가린다.

평소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하는 전웅태는 일주일에 이틀씩 서울에 올라와 한국체대 선수들과 펜싱을 한다. 올림픽에서 랭킹 낮은 선수들을 상대로 확실한 포인트를 쌓기 위함이다.

김성진 대표팀 코치는 “펜싱은 한 선수가 35명과 돌아가며 1대1 대결을 펼친다. 에페 방식으로 1분간 원 포인트를 따는 방식이다. 이기면 기준점에서 +6점이다. 수영과 육상은 1초를 줄여야 겨우 +1점이다. 배점이 큰 펜싱에서 승부가 갈린다. 23~25승을 거두면 메달권”이라고 설명했다.

“할 수 있다”로 유명한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26)이 전웅태의 친구다. 펜싱 거리를 잡는 데 박상영이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승마는 경기 당일 무작위로 말을 추첨해 배정한다. 전웅태는 “체육부대의 말 25마리로 훈련하고 있다. 낯가림이나 입질이 심한 말을 ‘똥말’이라 부른다. 선수들끼리 우리 종목을 ‘근대 6종’이라 부르는데, 한 종목은 행운이다. 당일 컨디션과 운이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결국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이다”라며 웃었다.

수영 선수였던 그는 중학생 때 근대 5종으로 전향해 승마 특훈을 받았다. 그의 왼팔에는 20㎝ 수술 자국이 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낙마해 말발굽에 밟혔다.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고 아직도 철심을 못 뺐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하루 일과를 묻자 “오전 5시 45분에 일어나 6시부터 육상, 10시부터 수영을 한다. 오후 2시부터 승마, 4시부터 펜싱, 7시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중간에 잠깐씩 먹고 잔다. 우리끼리 ‘운동에 미친 좀비 같다’고 한다. 밤 9시부터 힙합 엠비션 뮤직을 듣는 게 낙”이라고 했다.

전웅태를 10년간 지도한 김성진 대표팀 코치. 김경록 기자

전웅태를 10년간 지도한 김성진 대표팀 코치. 김경록 기자

그는 체구(1m75㎝·68㎏)가 크지 않아도 ‘레이저 런’에 강하다. 전웅태는 “유럽 선수들은 나보다 머리가 2개나 더 있는 것처럼 키가 크다. 그래서 난 기술이 요구되는 펜싱·승마·사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19위였던 그는 당시 펜싱에서 13승에 그쳤다. 전웅태는 “아메리카노 3샷처럼 쓴맛을 봤다. 근대 5종은 연륜이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태는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사람들이 근대 5종을 잘 몰라요”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진행자 서장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전웅태는 “결국 그것밖에 없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의 팔에는 왕관, 고래, 닻, 나침판이 합해진 문신이 있다. 전웅태는 “높은 위치에 오래 머물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대 5종 중계 방송을 제대로 본다면,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종목이다. 부디 빠지지 마시길”이라며 장난스레 웃었다.

근대 5종은
펜싱
35명과 돌아가며 1대1 대결. 에페로 1분간 원포인트 싸움

수영
200m. 영법은 자유

승마
장애물 비월 15개. 말은 무작위 추첨

레이저 런
육상 800m+사격 5발을 4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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