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떠난 아마존…새 선장의 신사업은 디지털 결제 토큰?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18:12

업데이트 2021.07.05 20:24

앤디 재시 신임 아마존 CEO.[로이터=연합뉴스]

앤디 재시 신임 아마존 CEO.[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 호의 선장이 바뀐다. 아마존 창립기념일인 5일(현지시간) 앤디 재시(53) 아마존웹서비스(AWS) 최고경영자(CEO)가 아마존이란 거함의 키를 넘겨받는다.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가 지난 2월 사임 의사를 밝힌 지 5개월 만이다.

재시 CEO, 베이조스의 지적 스파링파트너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FP=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FP=연합뉴스]

창립 27년 만에 연 매출 3860억 달러(2020년 기준),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기업이 된 아마존을 이끌게 된 재시는 설립 3년만인 1997년 아마존에 합류했다. 헝가리계 미국인인 재시의 별명은 ‘베이조스의 그림자’다. 200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베이조스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와 출장에 동행하며 생긴 별칭이다.

단순히 붙어 다녔다고 그림자라 불리진 않는다. 베이조스가 사업 전략을 짜거나 신사업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를 내고 수시로 조언했다. 창업 초창기 책만 팔던 아마존의 판매 품목을 CD와 DVD로 넓히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뮤직을 처음 제안한 이도 재시였다. '베이조스의 지적 스파링파트너'(영국 가디언)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WS 키워낸 재시, MS·우버가 군침 

폭풍 성장한 아마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폭풍 성장한 아마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베이조스의 그늘에만 머무르지도 않았다. 유통업계 강자이던 아마존을 '클라우드 업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하게 한 AWS를 탄생시킨 이가 바로 재시다. 2003년 회의 중 발견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후 아마존 내 클라우드 사업부로 2006년 AWS를 만들었을 때부터 이끌었고, 자회사 독립 이후에는 CEO를 맡아 왔다.

AWS는 아마존의 주요 먹거리다. 지난해 4분기 AWS가 아마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0%를 조금 넘었다. 하지만 전체 영업이익(69억 달러)에서 AWS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52%(35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아마존이 실질적으로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아마존 어디서 돈 버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마존 어디서 돈 버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게다가 AWS는 2020년 기준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32%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업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20%), 구글(9%) 등 경쟁자와 격차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가 사업성을 확신하지 못했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초기 아이디어부터 현재 온라인을 지배하는 수십억 달러의 사업까지 모두 재시가 설계했다”고 평가했다.

AWS가 거둔 성과 덕에 스티브 발머 전 MS CEO와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까지 후임으로 재시를 탐냈을 정도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재시는 고객의 편리한 경험에 대한 집착과 직원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진 베이조스를 대신할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차기 먹거리는 디지털 통화? 

 지난 3월 인도 뭄바이의 한 거리에 아마존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인도 뭄바이의 한 거리에 아마존 로고가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조스의 자리를 넘겨받은 재시가 아마존의 뱃머리를 크게 돌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마존 수입의 근간인 유통과 클라우드 부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베이조스가 시작한 신규 사업을 안착시켜야 해서다. 아마존은 자체 제작한 영화·드라마를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OTT)으로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키우고 있다. 게임 제작과 광고사업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사업 영역에 안주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재시가 고민하는 아마존의 다음 먹거리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결제 토큰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재시는 지난 2017년 “고객들이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미 경제매체 나스닥은 “지난달 아마존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관련 경력이 있는 블록체인 전문가를 구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고 지난 2월엔 ‘새로운 디지털 통화’와 ‘디지털 결제’ 분야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보냈다”며 “아마존의 차기 사업은 디파이와 디지털 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인 인권이나 성 소수자의 권리 등을 옹호하는 트윗을 종종 올려온 재시 CEO의 성향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스포츠 마니아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팀 시애틀 크라켄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스포츠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독점 규제 움직임은 풀어야 할 과제

아마존이 MGM을 84억5000만 달러에 샀다. MGM 로고를 배경으로 아마존 로고가 있는 스마트폰을 표시한 모습. [로이터]

아마존이 MGM을 84억5000만 달러에 샀다. MGM 로고를 배경으로 아마존 로고가 있는 스마트폰을 표시한 모습. [로이터]

아마존을 이끄는 재시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反)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처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아마존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칸 위원장은 당장 아마존이 추진 중인 영화 제작사 MGM 인수 계약 건의 적절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백악관과 의회는 각각 ‘반(反)독점 강화’ 행정명령과 법안도 준비 중이다.

WSJ은 “재시가 AWS를 이끌었을 때 반독점 문제를 겪지 않았다”며 “반독점 문제가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첫 번째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조 설립 움직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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