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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로또? 37개 중 7개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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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유모(38)씨는 지난 2월 말 오로스테크놀로지 주식을 800만원어치 샀다. 반도체 검사계측 장비 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 2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3월 말부터 주가는 하락했다. 5만원 선에서 현재 3만원대로 30% 넘게 밀렸다. 유씨는 “신규 상장 주식엔 다시는 투자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상반기 코스피 4, 코스닥 33개 상장 #최고 수익률 자이언트스텝 404% #최악 ‘마스크’ 씨앤투스성진 -36% #“공모가 부풀리기 잘 따져봐야”

올해 상반기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 주’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일부는 공모가의 두 배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았지만, 주가 하락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도 있다.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는데 주가가 시초가 아래로 떨어진 곳도 있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 수익률 ‘극과 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공모주 수익률 ‘극과 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모 절차를 거쳐 상반기에 신규 상장(코넥스·스팩·분할 재상장 제외)한 종목은 코스피 4개, 코스닥 33개 등 37개였다. 이중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29개(78%)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자이언트스텝이다. 공모가(1만1000원) 대비 403.6% 치솟았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인 자이언트스텝은 메타버스(가상세계)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고공 행진했다.

로봇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145.5%)와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143.8%)는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81조원)을 모으며 지난 5월 코스피에 입성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도 공모가 대비 74.3%의 수익을 냈다.

반면 7곳(19%)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0%인 곳은 1곳(엘비루셈)이다. 마스크 제조업체 씨앤투스성진은 수익률이 -35.5%로,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아졌다. 진시스템(-23.8%), 나노씨엠에스(-22.8%), 에이치피오(-18.5%), 라이프시맨틱스(-13.2%)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모주가 모두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상장 첫날 ‘따상’으로 데뷔했다고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상반기에 따상을 기록한 기업은 9개나 되지만, 이 중 6곳(67%)은 시초가 밑에서 거래된다. 지난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습도 센서 전문업체 삼영에스앤씨는 따상을 기록해 2만86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말 주가는 1만4150원이었다. 상장 첫날 주가는 물론 시초가(2만2000원)보다 35.7% 낮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의 전체 수익률은 낮지 않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장 후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증시 상승세를 고려하면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은 각각 14.7%, 6.4%였다.

공모주 투자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어급’ 기업이 줄줄이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과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일 기준 69조원대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옥석을 가려 투자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모가 부풀리기’를 경계해야 한다. 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공모주라도 공모가가 과도하지 않은지, 실적 전망은 괜찮은지 등을 따져보고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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