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나거나 망신 당하거나···개발도상국의 '토종백신 도박'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05:00

쿠바의 한 과학자가 코로나19 백신인 '압달라'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AP]

쿠바의 한 과학자가 코로나19 백신인 '압달라'를 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 A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각국이 화이자·모더나·얀센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자체 백신 생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나라는 글로벌 제약회사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접종이 기약없이 늦어지는데다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망자가 늘자 자체 기술로 하루빨리 토종 백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쿠바ㆍ이란, 미국 제재에 차라리 자체 개발
성공 땐 국내 경제까지 살리는 대박 효과
전문가 "예방률 낮으면 만들어도 승인 불가"

백신 확보 난항에 '토종백신' 개발 서둘러 

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국가연구윤리위원회는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의 부탄탕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부탄박’에 대한 임상시험을 허용했다. 국가윤리연구위를 통과하면 최종 단계인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의 공식 승인도 곧바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부탄탕연구소는 지난달 중순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임상시험에 참여한 18세 이상 지원자 6000명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현재 9만370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1~3상 임상시험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국가위생감시국의 사용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개발도상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토종 백신 개발에 나선 곳은 쿠바다. 미국으로부터 광범위한 금수조치(경제교역 차단)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에서의 백신 지원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체 개발에 집중해왔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검증되지 않은 자체 개발 백신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작한 쿠바의 도박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쿠바의 국영 제약사 비오쿠바파르마가 자사 트위트에 자체 개발한 백신 후보 ‘압달라’가 3상 임상 시험에서 3회 접종시 92.28%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발표한 내용을 인용하며, “이 수치대로라면 쿠바 백신은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그룹에 속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화이자 바이오앤테크(95%)와 모더나(94.1%),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91.6%)에 맞먹는 효과라는 것이다.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는 100% 자체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부탄박'의 임상시험 승인을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에 요청했다. 연합뉴스

상파울루주 정부 산하 부탄탕 연구소는 100% 자체 기술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부탄박'의 임상시험 승인을 보건부 국가위생감시국에 요청했다. 연합뉴스

"토종 백신, 국가의 자부심 될 것" 

쿠바처럼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에서도 자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국영매체를 통해 선전하고 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 보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파스퇴르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란은 파스퇴르백신을 쿠바 연구진과 공동 실험을 통해 개발한 것을 알려졌다. 앞서 이란은 지난달 14일 첫번째 자국산 백신 ‘코비란-바레카트’의 긴급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2) 이란 최고지도자는 코비란 백신을 접종한 뒤 “외제 백신 말고 토종 백신만 맞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터키 역시 자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실험에 들어갔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토종 백신을 ‘투르코백’이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파흐레틴 코자 터키 보건부 장관은 “투르코백은 임상 1·2단계 실험에서 안전성과 면역 반응 모두 보여줬다”며 “이 백신이 국가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가 자체 개발한 ‘자이코브-디’ 백신을 인도 의약품관리국에 긴급 사용을 신청했다고 1일(현지시간) 힌두스탄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를 활용한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과 달리, 자이코브-디는 '플라스미드-DNA'를 활용했다. 제약사는 “이 백신이 승인되면 세계 최초의 DNA 기반 백신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12~18세 1000명을 포함해 전국 2만8000명에게 후기 임상 시험한 결과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했고, 증상을 동반하는 코로나에는 66.6%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연합뉴스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연합뉴스

전문가 "실효성 검증해야"

이처럼 개도국들이 앞다퉈 자체 백산 생산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데이터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체 개발한 백신이라도 최종 이상실험 결과에서 예방률 50%를 넘지 못하면 미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승인을 받을 수 없다. 현재 WHO가 긴급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얀센·아스트라제네카(AZ)·코비쉴드(AZ-인도혈청연구소)와 중국의 시노팜·시노백 백신뿐이다. NYT는 “개도국이 실효성 논란을 벗고 백신 자체 개발에 성공하면 위기에 빠진 자국 경제를 살리고 세계에 과학적 명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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