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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화두로 막오른 여야의 차기 대선 레이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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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30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대권주자들이 공명선거와 성평등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서대로 정춘숙 전국여성위원장,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후보, 이낙연 후보,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윤관석 사무총장. 오종택 기자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대권주자들이 공명선거와 성평등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순서대로 정춘숙 전국여성위원장,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후보, 이낙연 후보,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윤관석 사무총장. 오종택 기자

그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엔 모두 9명의 예비 후보가 참석했다. 같은 날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마선언을 했고, 이낙연 의원도 모레 출정식을 연다. 이로써 1997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9룡의 대결’ 이후 20여 년 만에 여당 후보 풍년 속 경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윤석열 이어 여당 이재명도 ‘공정성장’ 강조 #현 정권 불공정하다는 국민 비판 반영된 것 #불뿜는 네거티브전, 공정 경선부터 치르라

야권에선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초선 윤희숙 의원이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하태경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도 출마선언을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김태호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도 조만간 후보군에 합류할 전망이다. 당 바깥에선 지난달 29일 출마선언을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까지 더하면 열 손가락으로 꼽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정’이다. 윤 전 총장은 ‘공정과 상식’을 주제로 출마선언을 하며 공정을 9차례 거론했다. 이재명 지사 역시 출마선언에서 ‘공정 성장’을 강조했고, 공정을 13회 언급했다.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집권당 후보들 조차 ‘공정’을 입에 올리는 현실은 무얼 말하는가. 그만큼 문재인 정권이 공정하지 않다는 반증 아닌가. 이 정권의 ‘선택적 공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의미기도 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거지’가 양산되고 있는데도 권력층 인사들은 꼼수와 편법을 동원, 부동산 투기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올리며 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LH 사태와 최근 사퇴한 청와대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사례가 대표적이다.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쥔 586 세대가 신분 세습을 위해 불법과 편법, 특혜를 일삼는 모습에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다. 조국 사태가 이를 상징한다. 그런데도 반성이 없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절절한 자성의 목소리도, 국정 운영의 방향 수정도 없다. 일부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자 되레 친문 강경파가 문자테러로 이들의 입을 막는 형국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집권세력을 조롱하는 수사가 됐다. 여야의 유력 후보들이 너나없이 공정을 강조하고 나선 건 이런 상황을 타개해 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임기 10개월여를 남겨둔 집권세력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대전환의 시대다. 글로벌 경쟁 격화, 양극화 해소, 청년 실업과 고령화 등, 차기 대통령이 헤쳐가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후보들은 자신의 미래 비전과 정책 아젠다를 내놓고 소신 경쟁을 벌여 주권자의 선택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책 대결은 온데간데없고 네거티브 전이 불을 뿜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X 파일’에 이어 부인 김건희씨가 과거 유흥업소 접객원 ‘쥴리’였다는 루머를 둘러싼 공방이 벌써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와 과거 여성운동을 했다는 친여권 인사들까지 나서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쥴리 의혹을) 들어봤다”며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등이 다 깨끗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여성운동가인 고은광순씨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그러니 쥴리랑 살지”라는 글을 올려 “여성운동가의 민낯”(김경율 회계사)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정의당 당내 조직인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여성을 공격할 때 과거에 대한 성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는 너무 낡고 전형적이다”고 비판했다.

대선까지는 8개월 남았다. 초반부터 도 넘는 네거티브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면, 정권의 무능과 부패로 좌절한 국민들을 두 번 울리는 게 된다. 공정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후보들이라면 선거전부터 떳떳하고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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