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낙하산 보스가 괴롭힌다, 49세 아재 '바흐' 놀라운 선택 [고전적하루]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0:00

업데이트 2021.07.03 03:04

지금부터 상상해보겠습니다. 전문 기술(과 타고난 재능)이 있는 당신은 18세에 첫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아주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여기보다 더 큰 회사에서 주목받으며 일하고 싶은 마음이죠. 그래서 몇년 주기로 이직을 합니다. 더 나은 회사로 몇번을 옮긴 끝에 드디어 좀 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이때가 37세.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마음껏 재능을 펼치려는데 자꾸 시비가 들어옵니다. ‘예산은 왜 그렇게 많이 쓰냐’ ‘하라는 일만 해라’ ‘꼭 그렇게 새롭고 어려운 일을 해야하냐’. 간신히 13년차 정도 됐을 때 직격탄이 날아옵니다. 27세인 직속 상관이 아버지 찬스로, 즉 낙하산으로 들어온 거죠. 당신이 쉰살이 되기 한 해 전입니다. 그러더니 당신더러 ‘업무에 태만하고 다른 짓만 한다’며 계속해서 핀잔을 주고, 믿고 의지하던 내 밑의 사람까지 자기 사람으로 바꿔버립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오디오 콘텐트 ‘고전적하루’ 다섯번째 주인공입니다. 바흐는 독일의 작은 도시 아른슈타트에서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경력을 시작해 37세에 라이프치히라는 대도시의 음악감독이 됩니다. 교회 네 곳의 음악을 담당하는 대단한 자리였죠. 하지만 49세가 됐을 때 27세의 상관이 등장하게 됩니다. 바흐는 라이프치히의 교회 뿐 아니라 교회에 소속된 토마스 학교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학교 교장으로 요한 아우구스트 에르네스티라는 젊은이가 온 거죠. 역시 교장이었던 아버지의 차차기로 말입니다.

젊은 교장은 바흐를 싫어했습니다. 음악은 혁신적이고, 말도 안 듣고, 팀워크를 못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바흐와 에르네스티는 법정에서 자주 만나 다퉜습니다. 여기서 바흐가 결정적 한 수를 둡니다. 독일 튀링겐의 선제후, 즉 그 지역의 왕인 프레데리크 아우구스투스에게 편지를 보내 젊은 상관에 대해 고발합니다. 선제후는 “바흐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는 서신을 보냈고, 바흐는 판정승을 거둡니다.

‘음악의 아버지’ ‘신에게 봉사한 작곡가’ ‘성실한 음악가’ 바흐의 또다른 모습입니다. 그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연주를 못하면 주저없이 독설을 퍼부어 원한을 사기도 하고, 그래서 그 단원과 광장에서 품위없이 뒹굴며 몸싸움까지 벌였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시의회와 사이가 안 좋아 자꾸 지적을 받았습니다.

바흐는 늘 소속된 곳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더 크게 봤습니다. 본인의 ‘직장’인 교회가 여성 성악가 대신 소년 소프라노를 쓰라고 지시했을 때도 음악적 완성을 위해 여성을 무대에 세웠죠. 문책이 뒤따랐고요. 소리가 너무 크고 길이도 긴 음악만 쓴다고 원성을 들었지만, 바흐는 인맥을 이용해 연주자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늘려가며 이전에 없었던 거대한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거인 음악가의 사회 생활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과 인간 관계에도 번번이 좌절했죠. 여기에 때로는 영악하고 가끔은 우직하게 맞서며 만든 바흐의 음악을 고전적하루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중앙일보 팟캐스트 플랫폼 J팟(https://news.joins.com/Jpod/Channel/9)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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