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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추진' KBS 양승동 사장 "코로나19 겪으며 공영방송 중요성 실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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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력에 휘둘린 적도 있었고, 자본의 힘을 의식해 제 길을 가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이 점 인정하고 성찰한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KBS 이사회는 TV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기자회견서 "과거 반성. 성찰하겠다"

이날 KBS 경영진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반성과 혁신을 앞세우며 호소했다.
임병걸 부사장은 "재작년 고성산불 재난방송 미흡 지적을 계기로 반성했고, 방송 사고나 오보가 나면 신속하고 진솔하게 사과하고 있다. '검언유착' 보도 때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김상근 KBS 이사장도 "그동안 KBS의 대국민 자세라고 하는 것이 대단히 폐쇄적이었고 오만하고 교만했다. (수신료를) 내는 사람의 입장 같은 것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고 국민이 평가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시도했다가 좌절된 수신료 인상안과의 차별성에 대해 양 사장은 '국민 참여'를 강조했다. KBS는 5월 국민참여단 209명을 선정해 토론회와 설문조사 등을 벌여 70%가 넘는 수신료 인상 찬성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양 사장은 "국민참여형 공론조사를 거치면서 수신료 조정의 필요성과 절박성에 대해서 공감을 더 해주셨다"며 "수신료를 올리면 당장 무엇이 바뀌냐는 질문이 있는데 당장 모든 게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시청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양 사장의 연임을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 임기 끝날 때쯤에서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사진 KBS]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전경. [사진 KBS]

한편 코로나19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꺼내든 것에 대해 양 사장은 "우리도 고민이 많았지만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재난재해를 겪으며 공영방송의 공적 정보 전달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거대 상업미디어의 확장 속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 등 공적 가치가 위협받는 상황도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인상 대신 KBS 2TV 광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양 사장은 "광고를 전면 폐지하면 1500억원가량의 손실이 다시 나온다. 그럼 수신료 1500원을 추가로 인상할 요인이 발생하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고 수입이 줄어들어 수신료 인상으로 메꾸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을 수 있지만, KBS의 주요 재원은 기본적으로 수신료로 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KBS의 수신료 비중은 46%인데, 공영방송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나 독일 공영방송은 모두 70% 이상이다. 일본의 NHK는 90% 이상"이라며 "KBS도 수신료 비중을 70%까지 올려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이야기했지만, 이번 수신료 조정을 통해 58%까지 올리는 안을 의결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걸 부사장도 "중간광고가 허용돼 광고가 조금 늘어날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수신료 회계 분리 요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임 부사장은 "법원이나 여러 회계 전문가의 판단을 보면 현재의 법체계로는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라며 "준조세에 가까운 수신료를 투명하게 쓰는지 의심 때문에 이런 요구가 나올 텐데, 국회 결산이나 이사회 예산 결산, 경영평가위,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EBS가 창사특집 생방송 ‘EBS에 말한다’를 통해 시청자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EBS에게 수신료 중 1000원 이상을 배분해야 한다는 응답이 73.2%에 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양 사장은 "KBS는 수신료 조정에 성공할 경우 EBS의 수신료 배분율을 기존 3%에서 5%로 올리겠다"며 "EBS 배분 문제에도 열린 자세로 접근하고자 한다. 앞으로 더 논의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BS는 수신료 중 70원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국민들의 질타를 KBS가 왜 모르겠냐. 그럼에도 올리기로 한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재정 상황으로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감당할 수가 없다. 자구 노력도 하고 있지만 KBS의 재정상태가 너무 어려워 이미 절대적 한계에 다다랐다"고 이해를 구했다. KBS 수신료 인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회에 대해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에 호소한다"며 "'우리가 심혈을 기울인 만큼 진지하게 심의해 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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