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오간 실책 1위…홍원기 감독 "경기서 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중앙일보

입력

김혜성

김혜성

"경기에서 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죠."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내 "잘 참은 것 같다"라고 웃었다.

키움은 지난달 30일 고척 롯데전에서 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1회 초 수비부터 이대호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끌려가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 단초는 키움 유격수 김혜성이 제공했다. 1회 초 1사 1루에서 전준우의 내야 땅볼 때 2루 송구 실책을 했다. 충분히 병살타로 연결시킬 수 있는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선발 투수 안우진은 후속 정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2사 만루에서 이대호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했다.

김혜성은 이후 공격에서 자신의 실책을 만회했다. 키움은 3회 1점, 6회 3점을 뽑아 추격했다. 김혜성은 3회와 6회 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8회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타를 쳤다. 4-5에서 5-5 동점에 성공한 8회 말 2사 1, 2루에서 롯데 구승민에게 결승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6위 키움은 6월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월간 승률 5할(13승 13패)을 기록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1회 실책을 해서 경기에서 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라고 웃으며 "그래도 잘 참은 것 같다"고 말했다 .

김하성(샌디에이고)이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주전 유격수를 맡은 김혜성은 올 시즌 최다 실책 1위에 올라있다. 벌써 18개를 기록하고 있다. 홍원기 감독은 "물론 팀 승패에 영향을 끼치면 안 좋겠지만, 앞으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도 결정적 실책의 경험과 과정을 통해 성장 단계를 밟은 모습이 보였다"라고 위안으로 삼았다.

화려함 보단 기본기가 중요하다. 수비 코치 출신의 홍원기 감독은 "수 없이 반복 훈련을 통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구는 쉽게 아웃처리 해야 한다"라며 "하루아침에 스타 플레이어가 되긴 어렵다. 김혜성이 주전 유격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이런 성장통이 필요하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