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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 백신 맞은 美, 델타변이 확산에 다시 마스크 쓰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에서 코로나19 델타(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세에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CDC "지역 상황따라 다르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AP=연합뉴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AP=연합뉴스]

미 CNBC에 따르면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핵심”이라며 CDC의 마스크 규제 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정책 결정은 각 지역 당국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지역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현지 상황에 맞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고 덧붙였다.

월렌스키 국장의 이날 발언은 백신 접종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놓고 혼선을 빚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 5월13일 CDC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비행기·대중교통·병원 등의 실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새 마스크 지침을 내놨다.

지난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은 지난달 28일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주민은 공공 실내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이 지역은 지난 15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 지침을 대폭 완화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지역 내 델타 변이 감염자 비중이 신규 확진자의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 주지사도 같은 이유로 백신 접종자도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을 맞았더라도 지역 감염이 계속되는 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마스크 착용 권고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일각에선 CDC도 마스크 지침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월렌스키 국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WHO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것이고, 미국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일축했다.

미국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는 10개월 만에 매장 내 마스크 착용 규정을 없앴지만, 15일(현지시간) 찾아간 버지니아 한 매장에선 직원과 손님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미국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는 10개월 만에 매장 내 마스크 착용 규정을 없앴지만, 15일(현지시간) 찾아간 버지니아 한 매장에선 직원과 손님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김필규 특파원]

WHO의 권고는 백신 접종률이 15%가 채 되지 않는 전 세계를 상대로 내놓은 것이고, CDC는 전체 인구의 46.4%가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미국의 상황에 맞는 지침을 내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스크 의무 착용은 백신 접종자들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라, 미 접종자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CDC의 권고는 백신을 다 맞았다면 면역 효과가 있다는 것에 기초한 것”이라며 마스크를 벗기 위해선 백신 접종의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내 백신 접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별 격차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코로나19 피해가 양극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높은 전염력의 변이가 겹치면 지역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2개의 미국으로 분리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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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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