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소득 있다고 연금 깎인 9만명은 슬프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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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오히려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인의 노후 보장을 저해합니다.”

생계비 벌려고 삭감 감수 일터로
고령화 역행, 외국엔 거의 없어
“삭감 기준 완화나 폐지 바람직”
김성주·최혜영 의원 개정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연금 전문가. 김 의원이 문제 삼은 건 소득(임대·사업·근로)이 있다고 노후연금을 삭감하는 조항이다. 김 의원은 일부 폐지 법안을 냈다. 같은 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8월 완전 폐지 법안을 냈다.

연금 삭감은 은퇴자를 화나게 한다. 열심히 일해서 얻은 소득이 있다고, 아무 상관 없는 국민연금을 싹둑 깎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걸 막는다는 취지다. 29일 최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이라도 삭감된 사람은 9만 3197명이다. 1인당 142만원 깎였다. 연금 수령자가 매년 40만~50만명 늘어나면서 삭감자도 늘어난다.

삭감 기준선은 다른 소득이 월 254만여원을 넘을 때다. 5년 깎는다. 연금이 적든 많든 관계없이 254만원 초과 여부만 따진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만원 넘게 깎는다. 지난해 총 삭감액은 1321억원으로 수입(123조원)의 0.1%에 불과하다.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괜히 사람 속을 긁고, 일할 맛 나지 않게 한다.

254만원 넘는 소득이 100만원 미만(1구간)이면 초과액의 5%(5만원 미만)를 깎는다. 가령 연금이 60만원인 사람의 월 소득이 350만원이라고 치자. 254만원 초과액이 96만원(350만원-254만원), 이의 5%인 4만8000원을 깎는다. 연금이 55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소득 초과액이 100만원 늘 때마다 삭감액이 늘고, 400만원 넘으면(5구간) 50만원 이상 깎는다. 최대 절반까지 깎는다. 1구간 해당자가 48.5%이다. 김성주 의원은 이 구간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월평균 국민연금이 54만원이다. 노인 단독가구의 월평균 생활비(13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먹고 살기 위해 소득활동에 종사하는데 연금을 깎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소득 있다고 연금 싹둑

소득 있다고 연금 싹둑

서모(65)씨는 24년 5개월 보험료를 냈다. 2017년 6월 연금을 타려는데, 소득(644만원)이 있다고 국민연금이 50만원 삭감됐다. 최모(63)씨는 102만원 삭감됐다. 삭감당하는 수급자는 세금이 더 나가는 것처럼 느낀다.

“세금 더 많이 내면 더 챙겨줘야 하는데, 그래야 연금(보험료를 지칭)을 많이 내고 싶어한다. 많이 낸 사람을 이렇게 하면(연금을 삭감하면) 누가 내고 싶어하겠어요.”(64세 남성)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내가 낸 연금이 까지니까 이래서 뭘 먹고 살겠냐고.”(64세 여성)

“그거 들 때(연금에 가입할 때)는 거창하게 (자랑)했잖아요. 그런데 탈 때는 뭐가 어떻다면서 다 나오지도 않고. 상당히 불신이 가고.”(62세 남성)

국민연금연구원이 2019년 삭감 수급자 38명을 인터뷰했더니 이런 불만이 나왔다. 일부는 삭감을 피하려고 수령 시기 연기(5년 가능)를 택했다. 연간 7.2% 연금이 늘어난다. 65세 남성은 “연금을 70만원 (온전히) 준다면 받았을 텐데 35만원 준다고 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는 감액당하면서도 일터로 나간다. 노후 준비가 덜 돼 있어 삭감을 감수하고 돈을 벌어야 해서다.

“일을 안 할 수가 없죠. 그거(연금) 조금 받아서 뭐를 하느냐고. 200만원씩 타는 것도 아닌데.”(63세 여성)

“(삭감이) 불만스럽다고 해서 일 안 해? 그러면 죽어야죠.”(62세 여성)

물론 일부는 “건강을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올해 7월 감액(50여만원) 대상에 들어간 윤모(62·경기도 고양시)씨는 “지금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게 좋다. 연금이 깎이지만, 그 돈이 저소득 은퇴자를 돕는 데 쓰인다니 크게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감액 제도가 근로 의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중 소득재분배’라는 지적이 많다. 고소득자가 낸 돈 대비 연금을 적게 받고 저소득층을 돕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연금제도에 이미 강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과잉 보장’을 방지한다며 또 깎는다. 최혜영 의원은 “소득 활동을 이유로 연금을 감액하는 것은 고령화 시대에 은퇴자·고령자의 근로 유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외국도 폐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처럼 보험료로 걷어 연금을 운영하는 나라 치고 일한다고 연금 깎는 데가 별로 없다. 미국은 2000년, 영국은 1989년, 프랑스는 2008년 폐지했다. OECD도 98년 고령화를 맞아 노인 근로를 증진하기 위해 삭감제도 폐지를 권고했다.

김성주 의원은 “우선 초과소득이 낮은 사람부터 삭감을 폐지한 후 차차 중장기적으로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섭 서울신학대 교수는 “삭감 기준이 낮게 설정돼 있어 웬만하면 삭감 대상에 들어간다. 연금액이 낮은데 삭감까지 하는 건 고령화 시대에 잘 맞지 않는다”며 “선진국처럼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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