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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자주 다니고 비급여 진료 많이 받으면, 기존 실손보험이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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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민간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실손의료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사들은 새 상품인 ‘4세대’ 실손보험을 다음달 1일 출시한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얼마나 많이 받느냐에 따라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달라지는 것(보험료 차등제)이 특징이다. 비급여 진료로 실손보험에서 보험금을 많이 타갔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고객은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 내일 15곳 출시 #보험금 싸지만 비급여 조건 깐깐 #비급여 보험금 많이 타면 더 내야 #병원 적게 가면 갈아타기 고려를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보험회사 15곳이 4세대 실손보험을 선보인다. 이 중 손해보험사는 10곳, 생명보험사는 다섯 곳이다. 신규 고객은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4세대 실손보험에만 가입해야 한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과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상품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손의료보험 상품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위는 4세대 실손보험이 기존 상품과 비교해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 상품과 4세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은) 갱신주기마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병·의원을 자주 다니면서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으면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좋을 수 있다. 특히 보험사들이 2009년 9월까지 판매했던 실손보험 상품은 고객의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병·의원에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4세대 실손보험에선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같은 진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더라도 고객이 부담하는 돈이 기존 상품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진료(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20%다. 기존 상품(10~20%)과 비교하면 최고 10%포인트 높아진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진료(비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다. 마찬가지로 기존 상품(20~30%)과 비교하면 최고 10%포인트 상승한다.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할인·할증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 할인·할증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직전 1년간 비급여 진료에서 보험금을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에 따라 다섯 등급으로 나눈다. 이 등급에 따라 특약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만일 비급여 진료에서 받은 보험금이 전혀 없다면 특약 보험료를 5% 안팎으로 할인받는다. 비급여 진료에서 받은 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특약 보험료가 300%까지 오른다.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병원별로 비급여 진료비를 얼마나 받는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도수치료 진료비는 최소 5000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 까다로운 요건을 적용한다. 도수치료를 열 번 받을 때마다 초음파 검사 등으로 증상이 좋아졌다는 점을 확인해야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도수치료의 연간 보장 횟수는 50회, 보험금 한도는 350만원으로 기존 상품과 같다.

4세대 실손보험은 고객이 영양공급이나 피로해소를 목적으로 영양제나 비타민제를 받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예컨대 감기 환자가 이른바 ‘신데렐라 주사’(약품명 지씨치옥트산주)를 맞는다면 보험금 지급에서 제외한다.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4세대 실손보험의 평균 보험료는 1만1982원이다. 기존 실손보험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10~70% 저렴하다. 앞으로 4세대 실손보험과 기존 상품의 보험료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래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나이가 들어 병·의원을 자주 찾는 연령대가 됐을 수 있다. 이런 고객은 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불리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병원을 적게 이용하고 소득이 줄어든 가입자는 갈아타기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는 생보사는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이다. 반면 미래에셋·동양·ABL생명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포기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자본력이 떨어지거나 규모의 경제로 사업비를 낮추기 어려운 중소형사의 참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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