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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수장한 日수군 후손들 진도 방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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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한 뒤 숨졌다가 진도 주민들에 의해 양지바른 곳에 묻힌 일본수군의 후손들이 '보은의 진도 방문'을 한다.

4일 진도군에 따르면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패해 숨졌다가 진도 주민들에 의해 왜덕산에 묻힌 일본 수군들의 후손 20여명이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오는 15일 진도를 방문한다.

당시 진도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한 뒤 울돌목의 거센 물살에 수장됐다밀물에 떠밀려 온 일본 수군 100여구의 사체를 수습, 마을 언덕에 장사를 치러줌으로써 원귀가 될 뻔했던 이름없는 왜군들의 넋을 달래줬다.

진도군 고군면 내동리에 있는 이 언덕은 '일본군에게 덕을 베풀었다'는 뜻에서 '왜덕산(倭德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진도 향토사학자인 박주언(61)씨가 내동리 주민 이기수(80)씨의 증언을 듣고 2004년 '진도사람들'이라는 잡지에 기고하면서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수도대학 히구마 교수가 진도를 방문했다가 박씨로부터 왜덕산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번 구루시마 장군 후손들의 방문을 성사시킨 것이다.

방문단은 일본 시코쿠 에이메현 이마바리 지역 출신으로 정유재란에 참전한 구루시마(來島) 장군 현창보존회 임원과 히로시마 수도대학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구루시마 장군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왜덕산에서 조상의 넋을 기리고 적군의 주검을 거둬준 진도 군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계획이다.

구루시마 장군은 왜선 400여척을 지휘한 6명의 장군 가운데 1명으로 충무공의 전술에 말려 2천500여명의 병사들과 함께 명량해역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왜덕산 공동묘지는 개간 과정에서 일부가 멸실되고 현재 칡넝쿨에 싸인 채 방치돼 있어 정확한 확인을 어렵지만 왜군의 묘 50여기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씨는 "왜덕산 공동묘지는 국가간의 전쟁 와중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우리 민족의 도덕성을 상징하는 증거"라며 "왜덕산에 대한 구체적인 사료 발굴과연구를 통해 한.일간 우호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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