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판결에 울먹였다…‘징역 3년’ 법정구속

중앙일보

입력 2021.06.29 13:20

업데이트 2021.06.29 14:49

재판부, 강제추행치상 인정 ‘이례적’

여직원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 류승우)는 29일 오전 10시 30분 강제추행치상, 강제추행, 강제추행 미수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오 전 시장에게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기관과 장애시설에 취업을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 이후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등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상해로 인정했다. 류 부장판사는 “피해자 치료 내용과 진료 의사 진술 등을 통해 성추행과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이 같은 정신적 장애를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 하기 위해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 하기 위해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신적 피해 상해로 인정 “이례적” 

신체적 상해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많지만, 정신적 상해를 상해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강제추행 치상죄는 형법상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중범죄다. 1심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과거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고령인 점,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의 성추행을 ‘권력형 성범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고인(오 전 시장)은 부산광역시 수장이었고, 범행 장소는 관용 차량과 집무실 등이었다”며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추근거림과 범행에 적극 항의하지 못한 점을 비춰 권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권력형 성범죄”…오 전 시장 ‘울먹’

이에 오 전 시장 변호인이 “오 시장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인지적 자료를 살펴보면 범행에 영향을 줄 정도의 장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 4월 성추행 이전에도 비슷한 성추행이 지속한 점은 일회적 범행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23분 법정에 들어선 오 전 시장은 1심 선고 직전에는 두 눈을 감은 채 깊은 상념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후 법정에 서서 1심 선고 내용을 듣던 오 전 시장은 ‘권력형 성범죄’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지자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법정 구속영장을 발부한 뒤 오 전 시장에게 “변명의 기회를 준다”고 말했지만 오 전 시장은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저를 포함한 사회가 느낀 감정은 참담함”이라며 “피고인은 우리나라 사회를 앞에서 이끄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측은함보다 피해자와 나머지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구속 환영하지만, 양형 낮아”

1심 선고 직후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법정 구속은 환영하지만, 양형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법원이 강제추행치상과 강제추행을 모두 인정하고 법정 구속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은 점, 피해자가 합의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감형이 아니라 가중처벌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피해자와 상의해 항소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오 전 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쯤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강제추행치상)도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고소했지만,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오 시장은 지난해 4·15 총선 직후인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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