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애미 붕괴 아파트 3년전 "심각한 손상"…보수는 건너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16:26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임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임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인 27일(현지시간)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확인된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사고 직후 구조된 사람을 제외하고 아직 추가 생존자는 없는 상황이다.

붕괴 사흘 째 시신 4구 발견, 총 사망자 9명
구조당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
이스라엘·멕시코 등 국제사회 구조 지원

시간이 흐르면서 인명 구조에 대한 기대는 옅어지고 있으나 구조 당국은 추가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150명이 넘는다.

그동안 구조 작업을 방해하던 잔햇더미 속 불길이 잡히면서 수색 및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구조대가 대형 크레인과 굴착기를 이용해 큰 덩어리 콘크리트 잔해를 옮긴 뒤 긴 구덩이를 파는 새로운 수색 방식으로 추가 시신 4구를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구조 당국은 그간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중장비 사용을 자제해 왔다. 중장비 등장에 작업이 구조에서 수습으로 전환하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국은 여전히 생존자 구조 가능성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의 앨런 코민스키 소방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구조 당국은 건물 잔해 속에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이 만들어져 실종자 일부가 살아있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피해자 가족은 구조 희망을 접는 분위기다. 이 아파트에 거주한 어머니와 할머니가 실종된 파블로 로드리게스(40)는 생존 가능성에 대해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대답은 '아니오'다"라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친지가 실종된 더글러스 베르도는 이날 구조 당국과 화상 통화에서 아이티 대지진 당시 100시간이 지나서도 생존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저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현장에 크레인 등 중장비가 투입돼 잔해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현장에 크레인 등 중장비가 투입돼 잔해를 치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조 작업에는 300명 넘게 참여하고 있으며, 미 육군 공병대도 투입됐다. 구조를 돕기 위한 국제 사회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조대와 엔지니어를 파견했다. 멕시코 전문가들도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가 난 지역은 정통 유대교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며, 희생자 가운데 멕시코인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국은 작은 생존 징후라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휴대폰이 고장 났더라도 실종자의 마지막 위치를 알려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족들로부터 실종자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

또 가족들에게 목소리를 녹음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서 대형 확성기로 가족 목소리를 내보내 만에 하나 갇혀 있는 실종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용도로 보인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앞 바다에서 한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가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앞 바다에서 한 사람이 수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국은 붕괴 원인에 대한 초기 조사에 착수했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아파트 건물의 구조적 결함이 건물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조적 결함으로 수영장 상판 아래 기둥 또는 콘크리트 슬래브가 그 아래 지하 주차장 쪽으로 무너진 뒤 건물 중앙 부분과 북동쪽 부분이 시차를 두고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NYT는 이 같은 '점진적 붕괴(progressive collapse)'는 설계 결함, 건축 당시의 허술한 규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붕괴의 방아쇠를 당기는 '트리거'가 존재하는데, 건물 하부의 결정적 결함이 트리거가 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시 당국에 제출된 이 아파트 점검 보고서에도 수영장과 지하 주차장 등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고 지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공영방송 NPR 등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공학 기업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수영장 상판 아래 방수제에 하자가 있어 그 밑 콘크리트 슬래브에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수하는 비용으로 910만 달러(약 102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는 수영장이 있던 자리 아래쪽에 큰 구멍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무너진 아파트 건물인 '챔블레인 타워 사우스'와 쌍둥이 건물인 '챔블레인 타워 노스' 주민 일부는 추가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타워 사우스 붕괴 이후 타워 노스에 대한 진단이 진행됐고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설계자가 같고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포심에 짐을 싸서 건물을 떠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