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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오를 땅 매입 뒤 "호재"…1000명에 242억 등친 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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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개발제한구역이나 도로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 등 전국 각지에서 지가 상승이 어려운 저가의 땅들을 골라 매입한 뒤 “단기간에 수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기획부동산’ 일당 15명을 검거하고, 이 중 대표 A씨 등 임원 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이 가로챈 242억 상당의 범죄수익을 미리 처분하지 못하도록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최근까지 12개의 기획부동산 법인을 설립하고, 경기도와 세종시 등 42개 필지 약 39만9000여㎡를 매입한 뒤 시세보다 3배~6배 비싼 240억여원 상당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을 돌며 개발제한구역이나 맹지 등 주변보다 값이 싼 땅을 골라 사들인 뒤 ‘개발 호재’로 즉시 땅값이 뛸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토부 신고 내역에 비춰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만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A씨 일당이 시세의 6배로 판매한 공유지분형태 임야 맹지 1개 필지의 경우 4800여명이 소액투자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러한 공유지분형태의 땅은 처분 및 사용 시 공유자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처분이 불가능한 토지가 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다른 기획부동산에서 임직원으로 일하며 노하우를 익힌 뒤 독립해 새 회사를 차려 사람들을 고용하면서 판매 조직을 늘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 대표급이 전국 각지에서 싼 필지를 매입해 오면 판매원들은 임원들로부터 개발 호재 교육을 받은 뒤 지인들에 소개해 팔거나 자신이 직접 땅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법인 운영 과정에서 상담원은 매출의 10%, 팀장은 2%, 임원진은 1~2% 상당의 판매 인센티브가 지급됐다며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업체가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토지 공유지분 거래 관리 미비 등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문제점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개선책을 마련토록 했다”며 “기획부동산 외에도 지가 상승을 유발하는 부동산투기 사범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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