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만 120가지"···中 네티즌들 열광시킨 실시간 '우주 먹방'

중앙일보

입력 2021.06.28 11:52

업데이트 2021.06.28 12:02

우주인 탕훙보(唐洪波)가 엉거주춤한 투명의자 자세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우주인 탕훙보(唐洪波)가 엉거주춤한 투명의자 자세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우주 비행사들이 실시간으로 전하는 ‘우주의 일상’ 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국영 방송사 CC-TV는 지난 16일부터 특집 방송을 통해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天宫)'에 도착한 우주비행사 세 명의 일과를 공개 중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처럼 웅장한 우주정거장과 유인우주선의 도킹 순간도 인상적이지만, 마치 ‘브이로그(V-log)’ 영상을 보는 듯한 중국 우주비행사들의 소소한 일상이 중국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먹는 음식, 개인 휴대 용품, 사용하는 전자 제품 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우주비행사의 일상’이 연일 중국 실시간 검색 1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中, CC-TV 우주정거장 속 우주비행사 일상 공개
기상부터 취침까지…우주판 ‘브이로그’ 화제

양치부터 남다른 우주 일상 ‘브이로그’

지난 18일 생중계된 중국 우주비행사들의 하루는 영락없는 일상 ‘브이로그’였다. 오전 6시, 우주비행사들은 ‘캡슐 호텔’을 연상케 하는 취침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물수건으로 세수한 후 면도를 한다. 입에 넣은 양치액을 잠시 후 그대로 삼킨다. 무중력인 우주 공간에서는 물 한 방울도 잘못하면 우주인들의 질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둥둥 뜬 상태로 우주인들이 작업복을 갈아입는 복도 한 켠에 빨간 소 인형 하나가 시선을 뺏는다. 우주인 류보밍(劉伯明)이 을축년 소의 해를 기념해 ‘소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길’ 바란다며 가져온 인형이다.

지난 17일 오전 7시, 중국 세 우주 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의 첫 식사를 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지난 17일 오전 7시, 중국 세 우주 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의 첫 식사를 하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메뉴만 120가지, 호화로운 ‘삼시 세끼’ 우주판

아침 7시, 첫 번째 우주 먹방이 펼쳐진다. 세 남자가 오손도손 식탁에 모여 각자 진공 팩에 담긴 아침밥을 먹는 모습은 ‘삼시 세끼’ 우주판이 따로 없다. 메뉴는 놀랍게도 상상 속의 푸석푸석한 우주식이 아닌 평범한 중국요리다. CC-TV 소개에 따르면 우주인들의 식단은 각자의 입맛에 맞는 중국요리로 구성됐다. 종류는 대표적인 중국 가정식 ‘위샹러우스(魚香肉絲)’와 ‘궁바오지딩(宮保雞丁)’을 포함해 120가지가 넘는다. 한 중국 네티즌은 “이 정도면 중식당 우주점을 차려도 되겠다”며 감탄했다.

중국 우주인들의 식사는 120여 종의 중국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진공 포장 형태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물을 넣으면 먹을 수 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 우주인들의 식사는 120여 종의 중국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진공 포장 형태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물을 넣으면 먹을 수 있다. [바이두 캡처]

투명의자 위 사과 먹방에 네티즌 반응 폭발적

식사 후, 후식 먹방이 이어진다. 우주인 탕훙보(唐洪波)는 엉거주춤한 투명의자 자세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한다. 탕훙보의 야무진 ‘사과 먹방’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중국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는 물론 해외 언론에도 소개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탕훙보의 다리에 장착된 전동 드릴부터 그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그리고 골전도 이어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에 이르기까지 각종 전자 기기의 브랜드와 기종을 문의하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우주인 탕훙보(唐洪波, 왼쪽)가 다 먹은 사과 심지를 봉투 안에 넣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우주인 탕훙보(唐洪波, 왼쪽)가 다 먹은 사과 심지를 봉투 안에 넣고 있다. [중국 CC-TV 캡처]

이삿짐 언박싱… ‘캡슐 호텔’서 꿀 낮잠

그다음 이어지는 장면은 ‘이삿짐 언박싱’이다. 아침 식사 전 와이파이(WIFI) 연결을 마친 우주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여기저기 떠 있는 상자 위 QR코드를 스캔한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우주인들은 우주 정거장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통해 지상과 똑같이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오전 내내 ‘네버 엔딩’ 이삿짐 풀기와 정리가 이어진다.

정오 즈음, 점심을 마친 우주인들은 다시 ‘캡슐 호텔’로 돌아와 달콤한 낮잠을 즐긴다. 잠깐의 휴식 후, 오후 내내 짐 정리를 이어간다. 출출할 때는 사과도 꺼내 먹는다. 다 먹은 사과 심지는 고정된 봉투 안에 야무지게 넣는다. 음식물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렇게 모은 쓰레기는 대기권 진입 시 모두 소각처리 된다. 생활 공간 내 짐 정리와 각종 설치 작업은 물론 우주정거장 외부 작업을 위한 우주복 조립과 정비도 잊지 않는다.

포장된 상자 위 QR코드를 스캔하면 내부에 들어 있는 물건이 스마트폰에 표시된다. 일일이 상자를 열어봐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중국 CC-TV 캡처]

포장된 상자 위 QR코드를 스캔하면 내부에 들어 있는 물건이 스마트폰에 표시된다. 일일이 상자를 열어봐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중국 CC-TV 캡처]

밤 11시까지 일과 이어져…일주일에 하루 휴식

작업은 저녁 10시까지 이어진다. 취침실로 돌아온 우주인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우주인들의 일과는 아침 6시에 시작해 밤 11시에 끝난다. 일주일에 하루는 휴일이고 3개월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중국은 앞서 4월 29일과 5월 29일에 우주정거장의 주요 생활 공간인 ‘텐허(天河)’와 식품 및 연구 장비 등 물자를 실은 화물 우주선 ‘톈저우(天舟)’ 2호를 차례대로 우주에 쏘아 올렸다. 지난 17일에는 우주인 3명을 실은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2호가 무사히 도킹에 성공했다. 오는 9월과 10월에는 실험 장비 등을 실은 ‘톈저우’ 3호와 유인 우주선 ‘선저우’ 13호가 추가 발사될 예정이다. 중국의 우주정거장 완전체인 ‘톈궁’은 내년 말 완공이 예정돼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