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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만의 야외 페스티벌…“입장에만 70분, 그래도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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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1년 8개월 만의 야외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은 좌석존과 피크닉존에 거리를 두고 띄워 앉았다. [사진 MPMG]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1년 8개월 만의 야외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은 좌석존과 피크닉존에 거리를 두고 띄워 앉았다. [사진 MPMG]

26일 오후 3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앞.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1년 8개월 만에 열리는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로 오랜만에 활기가 넘쳐났다. 그동안 대중음악은 뮤지컬·클래식 등 다른 장르 공연과 달리 모임·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공연이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 14일부터 4000명까지 관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재개됐다.

행사로 분류돼 100인 이상 금지 #대중음악공연 4000명까지 허용 #올림픽공원 ‘뷰티풀 민트 라이프’ #자가검진키트 등 5단계 검역 거쳐

공연이 열린 88잔디마당에 입성하기까진 5차례 절차를 거쳐야 했다. 티켓 양도를 막기 위해 1차로 신분증 및 모바일 티켓을 확인한 뒤, 대형 방역센터로 꾸며진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에 들어서면 체온 측정과 QR체크인이 진행됐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을 예방하고자 2인권, 3인권을 구매한 사람도 동행이 모여야 이동이 가능했다.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를 받아든 후 독서실처럼 좌석이 나눠진 곳에서 각자 타액 검사를 하고 대기석에서 10분간 기다렸다. 음성이 나와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손목에 입장권 외에 ‘검역 완료’ 밴드를 차고 공연장에 들어서기까지 약 70분이 걸렸지만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1년에 한 두 번 페스티벌을 찾았다는 직장인 강명진(28)씨는 “입장에 1시간 정도 걸렸지만 불편함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며 “이렇게라도 야외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모습. [연합뉴스]

상공에서 내려다 본 모습. [연합뉴스]

공연장은 좌석 간 이동도 금지됐다. 좌석존과 피크닉존 모두 띄어앉기를 하고, 500㎖ 이하 페트에 담긴 물, 음료 외엔 취식이 불가능했다. 의자엔 “그 아름다운 모습 거리를 둔 채 멍하니 쳐다봐”(콜드의 ‘미술관에서’) 등 출연 가수들의 노랫말을 인용한 안내문이 붙었고, 푸드존엔 테이블마다 투명막과 함께 나무 사이로 알전구를 설치하는 등 삭막한 분위기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눈에 띄었다. 사람이 몰리면 어김없이 “현재 인원 초과로 입장이 불가능하니 잠시 후 와달라”는 통제 안내가 이어졌다.

직장인 김예림(26)씨는 “평소 페스티벌에서 음식을 사려면 30~40분씩 기다릴 때가 많은데 구역별로 인원을 제한하니 훨씬 빨리 살 수 있었다. 테이블을 이용하니 더 쾌적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떼창을 못 하는 게 영 아쉽고 어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가수들도 마찬가지. 페퍼톤스는 “(페스티벌을) 지난해 한 번 쉰 건데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공연을 하니 다 풀어지는 느낌”이라며 “의자없이 서서 놀기도 하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 잘 앉아계시는 게 그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마치 웅변하는 기분”이라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하이는 “오랜만의 공연이니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며 “마음으로 함성 지르고 계신 거 맞죠” “마스크 때문에 안 보여도 웃고 계신 거 맞죠”라며 ‘내적 호응’을 유도했다. 객석에선 간혹 웃음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떼창, 함성은 없었다.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음성이 나와야 입장이 가능하다.

신속자가항원진단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음성이 나와야 입장이 가능하다.

주최사 MPMG 관계자는 “26일에는 키트 사용 미숙으로 재검사한 경우는 있었으나 모두 음성이 나왔다”며 “27일에도 발열 증상이 있거나 양성이 나오면 입장이 제한되고 환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케이스포돔까지 추가 대관하며 적자를 보게 됐지만 하루빨리 대중음악 공연 시장도 정상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0년 시작한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하루 평균 관객은 예년엔  8000~1만명 수준이지만 올해는 4000명으로 제한해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번 공연을 다른 기획사·제작사들도 주시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최대 5000명까지 입장이 허용되면서 실내공연장 케이스포돔은 대관 예약이 치열하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7월 2~4일, 16~18일, 8월 6~8일 공연을 앞뒀고 ‘트롯전국체전’(7월 10~11일)과 나훈아(8월 27~29일)도 준비 중이다. 아이돌 기획사도 움직이고 있다. 브레이브걸스와 세븐틴은 각각 7, 8월에 온오프라인 팬미팅 계획을 발표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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