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2.8조 '반값등록금’ 꺼낸 與…청년 표심 잡기?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15:05

지난 3월 28일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회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2021등록금반환운동본부 회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과 정부가 약 2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학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교육부에서는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계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갑자기 나온 반값등록금 확대 계획을 두고 여권의 '청년층 표심 잡기'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등록금 부담 줄여야…2조8000억 필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교육위원장)은 "현행 국가장학금 예산에 2조8000억원을 보태면 실제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제안하신 실질적 반값등록금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화답했다.

유 부총리는 2009년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장학금을 받는 대학생이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금 더 근본적인 등록금 부담 경감 정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대학(전문대 포함)의 연간 등록금 총액은 12조 5000억원, 국가장학금은 3조 4000억원이 지급됐다. 국가장학금 지급액에 약 2조8500억을 더하면 등록금 총액의 절반(6조 2500억원)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선 공약 던져본 듯…'대학 무상교육' 쟁점 될 것"

지난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학생 단체가 등록금 환불,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학내 민주주의 강화 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학생 단체가 등록금 환불,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학내 민주주의 강화 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서는 이날 반값등록금 확대에 대한 발언이 나오자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교육부가 반값등록금 확대에 대해 별다른 계획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식 발표도 아닌 국회 답변 과정에서 수조 원이 드는 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서 놀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년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됐기 때문에 다음 선거에선 '대학 무상교육'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당 의원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정치권이 대선 공약으로 쓸 정책을 던져본 것 같다"며 "여론의 반응을 살펴 공약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반값등록금이지만, 선거철이 되면 '무상 대학교육'으로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도 보편복지?…의대·유명 대학 혜택

2019년 국가장학금 소득구간별 지원단가. 연합뉴스

2019년 국가장학금 소득구간별 지원단가. 연합뉴스

반값등록금을 확대하면 어떻게 지급할지도 쟁점이다. 지난 24일 질의에서 유기홍 의원은 국가장학금 확대가 아닌 모든 대학생의 등록금 절반을 국가가 내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지원액이 커지는 선별지원 방식 대신 모든 학생에게 같은 비율로 지원하는 보편 지원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 지원할 경우 등록금이 비싼 대학이나 의대 등 일부 전공에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경회 교수는 "모든 학교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면 등록금이 비싼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더 혜택을 본다"며 "반값등록금을 하려면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반값등록금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우성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장은 "정책 추진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국회 질문에 필요한 내용을 답했을 뿐"이라며 "기획재정부에 반값등록금 확대에 필요한 예산을 요청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지급 방식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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