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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쇼정치 안 한다" 尹, 29일 대선출마 장소에 숨겨진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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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오는 29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지 118일 만이다.

윤 전 총장은 24일 최지현 부대변인을 통해 “저 윤석열은 오는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곳을 출마선언 장소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대한민국 독립의 밑거름이 된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곳”이라며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를 통해 대선 출마와 향후 정치 방향 등에 대한 생각을 밝힐 계획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본인이 직접 출마 선언문을 작성 중이다. 공정·정의·상식 가치회복과 애국과 헌신, 국민통합 등의 메시지가 핵심 키워드”라며 “구체적인 민생 비전으로는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관 등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선언 후에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데 ‘X파일’ 논란·국민의힘 입당 문제 등에 대한 그의 답변 내용이 주목된다.

대선 캠프는 광화문 인근 이마빌딩으로 확정했고, 외곽 지원팀을 위한 소규모 사무실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르면 다음 주 중 공개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선은 ‘윤석열식 대선 행보’에 쏠린다. 윤 전 총장은 검사 시절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이목을 샀다. 하지만 사임 후 한동안 잠행 모드를 이어갔으며 최근엔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혼선과 ‘전언 정치’논란 끝에 대변인이 사임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런 혼선을 거울 삼아 대선 출마과정에서의 핵심 메시지는 본인이 직접 내겠다는 의지를 주변에 피력했다고 한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최근 국민의힘 입당 문제 외에 몇 가지 ‘메시지 오류 사례’를 주변에 언급했는데, 그 중에는 지난 17일 대변인이 공지한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무슨 큰 정치냐.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변에 해명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국민의 부름으로 이제 막 정치 첫발을 떼는데 큰 정치 운운하는 게 국민 보기에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는 ‘민생 투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내가 출마선언 후 민심 투어니 전국 투어니 한다는데 무슨 골프 투어도 아니고, 그런 쇼 정치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초 윤 전 총장이 말한 취지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나 정부 실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것이고, 이들 중 지방에 있는 분이 있으면 가서 만나겠다는 것”이었다고 윤 전 총장 측은 전했다.

이런 기조는 대선 행보에도 반영될 분위기다. 윤 전 총장 측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 2위를 다툰다고 경거망동하거나 오만·거만해선 안 된다”며 “대선주자로서의 공개 행보의 테마도 ‘겸손하게,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 들끓는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선 캠프 내 네거티브 대응팀을 통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윤 전 총장은 “이런 공세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변 인사는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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