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교 아닌 비폭력신념 병역거부 첫 무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성소수자로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며 현역병 입대를 거부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30대 남성이 24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이래 비(非)종교적 사유로 예비역이 아닌 현역병 입대 거부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소수자로 남성성 강요에 반감” #대법 “신념 확고, 정당한 기피 사유”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신념에 반한다”며 군 입대를 하지 않은 정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당사자의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상 ‘정당한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씨는 1·2심 재판을 통해 “성소수자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 문화에 반감을 느꼈다”며 “다양성을 파괴하고 차별과 위계로 구축되는 군대 체제 및 생물학적 성으로 자신을 표준 남성으로 규정짓는 국가권력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해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병역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병역법 개정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36개월간교정시설에서 합숙하는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항소심을 심리한 의정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정씨의 입영 거부 사유는 진정한 양심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