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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권력비리 수사 힘 빼는 변칙 검찰 인사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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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앞서 입법예고된 검찰 직제 개편안은 물론 곧 있을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 방안을 협의했다. [사진 법무부]

박범계(왼쪽)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앞서 입법예고된 검찰 직제 개편안은 물론 곧 있을 검찰 중간급 간부 인사 방안을 협의했다. [사진 법무부]

임기 말 권력의 검찰 수사 흔들기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에 검찰개혁을 구실로 시작한 검찰 재갈 물리기가 박범계 장관-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에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엔 대규모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빌미로 권력 비리 수사팀을 해체하거나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법무부, 검찰 간부 90% 물갈이 인사 예고 #수사팀 밀어내기·공중분해 시도 멈춰야

박 장관이 만든 검찰 직제 개편안이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피고인 이성윤’의 서울고검장 영전 인사에 이어 또 한 번 파행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제 박 장관은 차장·부장급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고검 검사급 전체 보직의 90% 이상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찰 인사위원회를 23일 연다.

검찰 인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정기 인사도 아닌 데다 논란을 부른 검찰 직제 개편안에 따라 무리하게 추진되는 측면이 강하다. 검찰 인사는 조직 안정을 위해 3월에 정기인사를 하고 9월에 소폭 보완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거의 6개월마다 교체하는 인사를 거듭했고, 그 와중에 100명이 넘는 중간 간부가 검찰을 떠났다.

통상 새 총장이 부임하면 연쇄적으로 대규모 인사가 관행적으로 있었지만, 김오수 총장은 외부에서 들어온 데다 기수가 높아 대규모 인사 필요성이 크지 않았는데도 중간간부 90% 이상을 바꾸겠다는 데는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 온 수사팀을 변칙적인 인사를 통해 물갈이하고 사실상 공중분해하려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청와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한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맡아 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등을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필건·이정섭 부장은 필수 보직 기간 1년을 채우지 않아 교체 대상이 아닌데도 권력에 미운털이 박혀 밀려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검찰의 6대 범죄(부패·공직자·경제·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을 줄이기 위해 검찰 조직 개편을 밀어붙여 비판받았다. 친문 성향의 김오수 총장까지 반발하자 장관의 수사 승인 조항을 삭제했으나, 일선 검사들은 여전히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의도가 다분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법무부는 검찰 안팎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묵살하면서 이렇게 무리한 인사를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누가 집권하든 권력 비리를 법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처벌한다는 대원칙을 흔드는 부당한 시도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