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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책방에서 시작된 프랑스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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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내년 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위해 뛰는 후보들이 파리 서점가에 자신의 저서를 내놓고 베스트셀러 경쟁을 하고 있다. [르피가로 제공]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특이한 것은 시작 장소가 서점가라는 점이다.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아직 후보도 정하지 않았지만 대선 예비주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알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책을 내고 있다.

이들의 저서는 회고록 수준의 단순 경력 관리용 출판물이 아니다.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과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자세히 담고 있어 대통령의 자질을 증명해 보이는 대권 도전장으로 통한다. 유권자들도 책을 통해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어 예비주자들의 저서를 즐겨 사본다. 이 때문에 책의 함량에 따라 지지율이 왔다갔다할 정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최근 펴낸 저서 '증언'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현재 프랑스 서적.음반 판매체인인 프낙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난달 17일 나온 이래 보름 만에 5판을 찍어 모두 27만5000부가 인쇄됐다.

사르코지 장관은 이 책에서 자신의 정치철학과 견해를 펼쳐보이는 동시에 아내 세실리아와의 부부 관계 악화설 등도 해명하고 있다. 책을 펴낸 XO 출판사의 베르나르 픽소 사장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사르코지를 더 잘 알기 위해 책을 사는 것 같다"고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사르코지의 유력 대항마인 제1야당 사회당의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도 '주르날 뒤 디망슈' 기자인 파스칼 아모드릭과 함께 자신의 정견을 담은 책 '미래에 대한 욕망'을 집필하고 있다. 11월 당내 대선 후보 선출과 때를 맞춰 출간할 계획이다.

2002년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뒤 현재 정계복귀를 노리는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도 서점가에서 소리없는 유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가 쓴 '내가 보는 그대로의 세상'은 지난해 10월 발간돼 지금까지 7만7000부가 인쇄됐다. 사회당의 또 다른 예비 주자인 자크 랑과 프랑수아 올랑드 총서기도 올 봄에 각각 '실업 이기기'와 '진실의 의무'를 펴내고 서점가에서 유권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직접 쓴 책 외에 이들을 소재로 한 작가들의 책도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사르코지와 루아얄을 다룬 책 20여 권이 지금까지 출판됐거나, 연내에 나올 예정이라고 2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프랑스 정치인들이 발간한 책 중에서는 70년대 대통령을 지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의 '프랑스식 민주주의'가 100만 부 정도 팔려 최고 인기 저서로 기록됐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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