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수호 용사 묘역 관리가 큰 보람"···공직생활 마감하는 최장수 대전현충원장

중앙일보

입력 2021.06.22 11:55

업데이트 2021.06.22 18:48

공직생활 내내 '각자 내기'실천 

안장식에 사용하는 2000원짜리 일회용 장갑을 4년간 사용했다. 공직생활 중 업무추진비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원 회식을 해도 밥값은 ‘각자 내기’를 해왔다.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등 서해수호 용사 묘역 관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권율정 부산지방보훈청장 인터뷰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 앞에 세워진 고 서정우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얼굴 부조를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 앞에 세워진 고 서정우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얼굴 부조를 닦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는 30일 공직생활을 사실상 마감하는 권율정(59) 부산지방보훈청장 이야기다. 전북 장수 출신인 권 청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5년 국가보훈처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공직생활 기간은 총 36년 3개월이다. 그는 오는 7월부터 1년간 공로연수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말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공로연수 기간은 출근하지 않아 공직 생활은 사실상 오는 30일까지다.

최장기 현충원장 "현충원은 공직생활 전부" 

권 청장은 국립현충원장을 가장 오래 한 공직자다. 2009년 10월 이후 2차례 국립대전현충원장을 지냈다. 재임 기간은 총 6년 3개월이다. 2019년 7월부터 부산지방보훈청으로 일하는 권 청장은 “현충원 근무는 내 공직 생활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해 일하면서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권 청장은 “연평도 포격 전사자 등 서해수호 용사 묘역을 참배가 편안한 곳으로 옮긴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묘역을 처음 안장된 곳에서 접근이 쉬운 데로 옮기고 참배 구역도 넓혔다.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에 쉼터 조성 

또 서 하사와 문 일병의 묘비 앞 잔디 구역 폭을 처음 조성 당시보다 3m 정도 늘렸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참배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2017년 7월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상황을 기록한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서 하사와 문 일병 얼굴 부조를 세우고 조그만 쉼터도 조성했다.

권율정 부산지방보훈청장이 대전현충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모습. 중앙포토

권율정 부산지방보훈청장이 대전현충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모습. 중앙포토

권 청장은 또 2015년 9월에는 윤영하 소령 등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에서 전사한 해군 6명을 '서해수호 특별묘역'에 안장하고, 2개월 뒤 서 하사와 문 일병도 이곳으로 옮겼다. 윤 소령 등은 그 전까지만 해도 현충원 곳곳에 흩어져 안장돼 있었다. 권 청장은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전사자에 대한 예우는 대통령이 직접 챙길 정도로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근검절약을 실천한 공직자로 알려져 있다. 권 청장은 안장식이나 참배 시 착용하는 2000원짜리 일회용 흰 장갑을 2016년 4월부터 2019년 7월 부산지방보훈청장으로 부임할 때까지 4년 넘게 사용했다.

장갑 한장 4년간 사용하기도

그는 국립대전현충원장으로 일할 때 1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했다. 특히 안장식은 연중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참석한다. 2015년 메르스 파동 때도 안장식에 참석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에서 안장식은 반드시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생활 내내각자 내기(N분의1)를 실천했다고 한다. 권 청장은 “직원들과 식사를 하면 무조건 내 몫은 내가 냈으며, 각자 내기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적은 없었다”며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 정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 붐이 일고 있는 ‘이준석 현상’ 핵심이 공정이고,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각자 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부산지방보훈청사 내에서도 보훈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전 8시45분에 ‘현충일의 노래’를 내보냈다. 이어 16일부터 30일까지는 ‘6.25의 노래’를 들려준다. 권 청장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민족사의 비극을 되새기고 애국하는 마음을 가져 보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권율정 전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 안내판을 닦고 있다. 중앙포토

권율정 전 국립대전현충원장이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 안내판을 닦고 있다. 중앙포토

"백선엽 장군 묘 훼손은 인륜 저버리는 행위" 

그는 최근 대전현충원에서 있었던 일 가운데 아쉬운 점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 교체를 꼽았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5월 29일 국립대전현충원 현판을 안중근 의사 서체로 바꿨다. 현판 교체비용은 약 1000만원이다. 당초 대전현충원 현판은 1985년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글씨를 받아 만들었다.

이와 관련 권 청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현판도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의미가 있다”며 “역사는 과오를 떠나 그대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또 “백선엽 장군 묘 안내판을 제거하려 하거나 현충원내 다른 묘를 훼손하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권 청장은 “은퇴 뒤에는 전국의 호국 보훈 현장을 답사한 뒤 보훈과 관련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