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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빠져나와…” 현장대원들은 대장님 배웅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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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팀장은 대원들을 앞에 두지 말고 이끌어야 한다고 매번 말씀하셨던 대장님. 구조대원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사무실에서도 수건을 목에 두르고 스텝 기를 밟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쿠팡 화재 순직 김동식 대장 영결식 #당시 대원들 트라우마에 시달려 #“대한민국, 고인의 헌신 안 잊을 것” #문 대통령 조전…대전현충원 안장

2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광주시민체육관. 조사를 읽는 광주소방서 구조대 팀장 함재철 소방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52) 구조대장의 영결식이 이날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그는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의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 출동해 연소 확대 저지와 인명 수색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돼 48시간 만인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대피하라”는 지휘부의 명령에 동료들을 먼저 내보내고 맨 뒤에 나오다 고립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이 21일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엄수됐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불이 난 건물에서 인명 수색 중 홀로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인의 운구 행렬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이 21일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엄수됐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불이 난 건물에서 인명 수색 중 홀로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고인의 운구 행렬이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신열우 소방청장이 대독한 조전을 통해 “대한민국은 고인의 열정과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장례위원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영결사에서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애타게 빌고 또 빌었지만, 끝끝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날 입관식에서 실신하기도 했던 김 대장의 어머니는 아들을 실은 운구차를 떠나보내기 싫은 듯 계속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김 대장의 마지막 현장에 함께 투입됐던 대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당시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뒤 김 대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지만 화염이 거세 찾지 못하고 나왔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던 동료들은 김 대장을 잃은 충격이 커 영결식에 오지 못했다”며 “‘우리만 빠져나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운구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수경례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대장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 자로 김 대장을 소방경에서 소방령으로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국가보훈처에 김 대장을 국가유공자 지정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고양소방서에서 소방조직에 몸담았다.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구조대장으로 근무했다. 27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으로 소방서장 소방행정유공상과 재해예방유공 경기도지사 표창장 등을 받았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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