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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들이 치마 속 몰래 찍었어" 보복폭행으로 번진 여중생 몰카

중앙일보

입력

몰카 일러스트. 뉴스1

몰카 일러스트. 뉴스1

"여학생 신체 몰래 찍어 단톡방 공유"

전북 남원에서 중학생 10여 명이 또래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돼 학교 간 '집단 보복 폭행'도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남원서 중학생 10여 명 '몰카' 의혹 #경찰, 수사 착수…"사이버수사대 배당"

전북교육청은 21일 "남원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 11일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져 학교 측이 진상 조사를 하던 중 지난 2019년부터 남학생 10여 명이 또래 여학생 수십 명의 신체 일부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은 "남원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됐고, 최근 이 사건을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사건은 해당 중학교 여학생 일부가 "남학생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우리 교복 치마 속 등을 몰래 찍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학교 남자 선배들에게 알린 게 발단이 됐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남자 선배들은 '몰카'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을 불러 폭행했다. 당시 보복 폭행을 당한 남학생 일부는 고막이 터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학교 측이 이를 조사하던 중 해당 중학교 여학생들에 대한 불법 촬영이 보복 폭행의 원인이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불법 촬영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은 여러 개의 단톡방을 만든 뒤 그 안에서 자신들이 몰래 촬영한 여학생들의 사진·영상을 공유했다.

또한 여학생들을 욕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 이른바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피해 여학생 중 일부는 가해 학생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아 단톡방에 직접 들어가 본인에 대한 뒷담화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 학생 일부는 학교 조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학교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가해자들 '등교 중지'…피해자와 분리 조치

경찰은 몰카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수거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남원교육지원청은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등교 중지' 조치를 내리는 등 피해 학생들과 분리했다. 아울러 이 사건으로 심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심리 치료와 상담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 일부는 이미 고등학교로 진학한 상태"라며 "'단톡방에서 나도 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 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원=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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