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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갈등에도 中 다가가는 유럽 기업들, 고민은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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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손을 잡고 중국을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을 강하게 압박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을 강하게 압박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최근 열린 G7(서방 선진 7개국 모임,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ㆍ캐나다ㆍ일본)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ㆍB3W)이란 이름의 기반시설 투자구상에 합의하는 등 여러모로 중국을 압박 중이다.

그러나 과연 현장의 분위기도 그럴까.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한 유럽 상공회의소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설문에 참여한 유럽 기업 585곳 중 약 60%가 올해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약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정부와 ‘대(對)중국 압박 정책’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달리한 이유도 이같은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화상으로 만난 중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들 [신화=연합뉴스]

얼마 전 화상으로 만난 중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들 [신화=연합뉴스]

조사에 따르면, 정작 유럽 기업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우 엄격해진 중국의 입국 절차다.

◇ 가족 못 보는 답답함에 떠나는 외국인 직원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광범위한 국경 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 특별 비자를 발행하고 제한 조치를 조금 완화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절차가 까다로운 건 여전하다.

중국 공항 국제선 통제구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공항 국제선 통제구역의 모습 [AFP=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점을 짚으며 “엄격한 입국 통제 덕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지만, 유럽 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 때문에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경제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회의 등으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고 보안이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기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매우 힘들어졌다.

SCMP는 앞서 언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해 “많은 유럽 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주재 직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될까 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수준의 인재풀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도 많았다.

중국 상하이 공항의 소독 로봇 [EPA=연합뉴스]

중국 상하이 공항의 소독 로봇 [EPA=연합뉴스]

기존 인재의 ‘탈중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힘들어지며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택하기 위해 중국을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직원이 온다고 해도 적응하는 데 몇 년은 걸릴 것”이라 토로하는 기업이 많았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계속 악화하고 있어 본사와 중국 현지 사무소 간 의사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때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자유로운 이동이 힘들어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이들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사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SCMP는 “어렵사리 확보한 해외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효율적인 입국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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