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결심했다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1일엔 “서울 종로구 구기동 공관의 짐을 지난 주말 사이에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최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와 거취 문제를 논의해온 가까운 지인들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달 내로 감사원장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사퇴 이유와 정치 참여의 뜻을 국민에게 밝힐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21일 보도〉
최 원장은 21일 평소보다 조금 늦은 오전 9시 10분쯤 감사원에 출근했다.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한 뒤 첫 공식 출근일이다. 최 원장은 주말 사이 병원에 입원 중인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병문안과 교회 예배 등의 일정을 제외하고는 공관에서 생각을 정리했다고 한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 사무총장과 실국장급 간부가 참석하는 비공개 회의를 주재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최 원장은 간부들에게서 주간 감사 일정 등을 보고받은 뒤 “열심히 감사해달라”는 취지의 원칙적인 훈시만 했다고 한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국회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보니, 간부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최 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발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런 발언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 일각에선 최 원장이 거취 결정을 빨리 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국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만큼 사퇴 발표를 빨리 해 주는 편이 감사원 조직의 입장에선 반가울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의견 표명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잔뜩 불편한 기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원장이 정치 선언을 하면, 고위 공직자가 공직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감사원장은 특히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과정에서 이미 청와대와 크게 사이가 틀어졌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장이 벌인 정치 감사”, “최 원장은 감사원장 지명 과정에서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지명됐던 후순위 인사였다”는 인신공격성 비판까지 나왔다.
청와대는 다만 아직 최 원장 후임 인선 작업은 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원장이 거취를 결정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아직 거취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상태여서 후임 인선 작업은 아직 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