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피해복구 한달] 애타는 양식 어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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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태풍 '매미'로 0.5㏊의 양식장이 파손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화리 중화마을 이병렬(67)씨는 양식장 일부를 보수했으나 치어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출하를 앞둔 돌돔.능성어 등 5억여원어치를 잃어버린 그는 "하루라도 빨리 치어를 넣고 싶어 수소문하고 있지만 파는 곳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태풍 때 큰 피해를 본 양식 어민들이 치어 품귀 현상으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의 경우 치어 배양장 1백72곳 중 절반가량이 파손되는 등 치어 배양장도 큰 피해를 보아 시장에 나오는 치어 물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어민들은 중국산 치어 수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에 접수된 중국산 치어 수입 신청은 점농어 치어 50만마리 등 1백30만마리. 하지만 치어 수입은 바이러스성 물고기병의 국내 유입 우려로 수산당국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조피볼락 등 일부 어종은 아예 금지돼 있어 치어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 게다가 양식장 시설비도 크게 올라 어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가로.세로 각 7m짜리 가두리 양식장 1대에 시설비는 5백50만원에서 6백50만원으로 1백만원(18%) 오르는 등 크기에 따라 10~20%쯤 올랐다.

양식장 설치업체인 현대가두리 김창균 대표는 "복구 초기인데도 주문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손이 달려 급한 것만 해주고 있다"며 "복구작업이 본격화할수록 시설비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현재 경남지역 양식장의 시설복구 착수율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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