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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부동산 규제에…'약정' 위반으로 700명 주담대 회수

중앙일보

입력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관련된 약정 위반으로 대출을 강제로 갚고, 신용등급이 떨어진 대출자가 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약정 위반 계좌 수는 676개, 위반 대출 잔액은 621억원(위반으로 상환된 대출액을 뺀 잔액)으로 집계됐다. 이들 시중은행은 지난달 말 가계 주택담보대출 약정 이행 현황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정부는 규제 지역 내에서 새로운 주택을 사며 주담대를 받을 경우 일정 기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신규 주택으로 전입하는 걸 대출자의 의무 사항으로 담은 약정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이런 약속을 어길 경우 주담대를 회수하고, 3년간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하고 있다.

약정 위반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처분조건부 약정 위반 270건(대출 잔액 375억원) ▶전입조건부 약정 위반 48건(109억원) ▶추가주택 구입금지 약정 위반 360건(137억원) 등이다.

약정 어기면, 연체로 분류돼 신용등급 하락…3년간 주담대 금지

처분조건부 약정 위반은 주택구입용 주담대를 받으며,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처분하지 않은 경우다. 처분 기한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추가됨에 따라 지속해서 짧아졌다. 2018년 9ㆍ13 대책 때는 처분기한이 2년 이내였지만, 이후 2019년 12ㆍ16 대책(1년 이내)→2020년 6ㆍ17 대책(6개월 이내) 등이다.

전입조건부 약정 위반은 집을 산 후 해당 주택에 입주하지 않을 때 적용된다. 전입시한 역시 9ㆍ13 대책 당시 2년 이내에서, 12ㆍ16 대책과 6ㆍ17 대책을 거치며 각각 1년 이내, 6개월 이내로 단축됐다.

추가주택 구입금지 약정 위반의 경우 주택 구입용이 아닌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은 뒤 새로 집을 구매한 경우 해당한다.

이번 정부 들어 각종 약정이 추가되며 시중 은행은 주기적으로 약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행 기한이 도래한 채무자에게 유선, 모바일 문자 등을 통해 약정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처분약정 이행 기간 도래 건수는 올해 상반기 9895건, 하반기 6433건이고, 전입약정 이행 기간 도래 건수는 상반기 1만8188건, 하반기 2657건 등이다.

약정을 위반할 경우 불이익이 크다. 해당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하고, 해당 계좌는 연체계좌로 분류된다. 상환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대출 잔액에 대한 연체이자를 내야 하고, 대출이 연체된 만큼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도 제한된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도 부위원장은 "대출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지체없이 취하여 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하고 있다. 도 부위원장은 "대출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지체없이 취하여 달라"고 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회수 조치 지체 없이 취해라"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행한 고액 신용대출 규제에 따른 대출금 회수도 시작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으며 1억원 넘는 고액 신용대출자가 1년 내 규제지역 내 집을 살 경우 해당 대출을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들은 6개월 주기로 주택 구매 여부를 확인하는데, 첫 번째 점검 시간인 지난 5월30일을 기점으로 신용대출이 회수됐다.

금융당국도 이런 대출 회수를 은행권에 압박하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3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처분약정 이행기간 만료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권에서도 약정 미이행 여부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대출 회수 등 필요한 조치를 지체없이 취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약정을 위반한 경우도 있지만, 대출 당시 체결한 약정을 잊어버리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등도 많다”며 “약정 위반 시 대출 상환과 신용등급 하락, 향후 3년간 주택 관련 대출도 어려워지는 주담대를 받은 고객은 약정 내용을 확인하고 위반 여부에 항상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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