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명령서’ 들어 올린 김정은, 군량미 창고 여나?

중앙일보

입력 2021.06.20 14:2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 총비서 겸)이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8기 3차 회의 셋째날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 총비서 겸)이 지난 17일 열린 노동당 8기 3차 회의 셋째날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지난 15일 주민들의 식량 상황이 어렵다고 ‘고백’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고 있는 사진을 북한 매체들이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15일부터 나흘 동안 노동당 8기 3차 전원회의를 열었는데, 회의 셋째 날(17일) 논의 결과를 소개하면서다.

北매체 지난 18일 김 위원장의 서명 담긴 명령서 공개
애민 정치 강조 및 식량난 타개책 대내외 과시인 듯
전략연 "2호 창고 개방 및 대중 식량 지원 요청 가능성"
회의때마다 인사 이번에도, 예고한 당 조직개편은 안밝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8일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본인의 이름을 흘려 쓴 ‘백두산체’ 서명이 보이는 문건을 들고 일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보여줬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등 600여 명의 참석자는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을 재가하는 내용이 담긴 김 위원장의 결재 문건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특별명령서를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러나 이날 공개한 특별명령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도 멀리서 찍은 것이어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단, 북한 매체들이 관련 보도를 하며 김 위원장의 ‘인민생활 안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식량문제 해결과 관련한 내용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인민생활안정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려는 충심으로 친히 서명한 특별명령서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첫날인 지난 15일 회의에서 “지난해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난관)해지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식량난 해결의 대책으로 자신의 특별명령을 내보이며 애민정치 및 식량난 타개책 제시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전시 예비물자를 인민들에게 공급하라는 특별명령서에 서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지난 18일 마무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당 간부들의 올해 상반기 사상 생활 실태를 총화하고 문제점들을 일일이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가 지난 18일 마무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당 간부들의 올해 상반기 사상 생활 실태를 총화하고 문제점들을 일일이 지적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

즉, 군량미를 보관하는 ‘2호 창고’를 개방해 주민들에게 공급하라는 명령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20일 전원회의 결과 분석 자료에서 “지난 11일 열린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전시 예비물자 공급에 대한 토의를 한 뒤 17일 전원회의에서 결정하고, 국무위원장 또는 당 중앙군사위원장(김정은) 명의의 명령 형식으로 식량을 공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량난 고백과 함께, “인민들이 제일 관심하고 바라는 절실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행조치를 취하려는 것이 이번 전원회의의 핵심사항”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을 감안해서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군량미 창고를 개방해 식량난 해결에 나설지 주목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식량 생산량의 상당 수준을 군량미를 비축하고 있다”며 “가끔 오래된 군량미를 주민들에게 방출하고 채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군량미를 공개적으로 방출하고 가을걷이 때 채우는 방식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또 북ㆍ중 우호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다음 달 11일을 전후해 양국 간 고위층 교류와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 가능성도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17일 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참석 이후 첫 대미 메시지에서 김 위원장이 ‘대화’를 언급한 점을 통해 북ㆍ미 대화 재개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대결”을 특히 강조하고, “우리 국가(북한)의 전략적 지위와 능동적 역할”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장 대화 재개보다는 공을 미국에 넘기며 ‘몸값 높이기'일 수 있다는 분석(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연간 1~2 차례의 전원회의를 회의를 열었지만, 올해는 1, 2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선 태형철 김일성종합대 총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우상철 중앙검찰소장(검찰총장 격)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앉혔다. 지난 2월 전원회의에선 임명한 지 한 달만에 김두일 경제부장을 오수용으로 교체하는 등 전원회의 때마다 당 지도부 인선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총비서(김정은)의 대리인”인 제1비서 임명 여부에 대해 북한은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4일 정치국 회의에서 전원회의 안건으로 정했던 “당중앙위 부서기구개편 문제”에 대한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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