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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금리·엘살바도르…비트코인 몸값 낮추는 3가지 불확실성

중앙일보

입력

비트코인. [EPA]

비트코인. [EPA]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몸값도 하락 중이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8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3만7238달러로 24시간 전보다 3.85% 떨어졌다. 지난 16일 4만 달러를 넘어섰던 때와 비교하면 약 8%가량 급락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가격도 2~7%의 하락세를 보인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 소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비트코인에 악재로 작용했던 3가지 소식을 정리했다.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비트코인 가격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①비트코인 ETF 나오긴 하나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 증권거래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을 또 미뤘다. 블룸버그 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SEC는 미 금융사 반에크어소시에이츠가 승인을 신청한 비트코인 ETF에 대해 결정을 미뤘다.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 연기다. SEC는 연기 이유에 대해 추가 여론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비트코인 ETF가 시장 조작에 취약한지도 확인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SEC는 추가 여론 수렴이 7월이나 8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 최대 호재 중 하나로 비트코인 ETF의 미국 증시 상장을 꼽았다. 비트코인 ETF가 증시에 나오면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암호화폐에 투자해 판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반에크 외에도 크립토인, 스카이브릿지, 갤럭시 디지털 등도 비트코인 ETF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 증권당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②매의 발톱 드러낸 Fed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꿈쩍 않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 색채를 드러낸 것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줬다. Fed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었다. FOMC 위원 18명 중 13명은 2023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중 11명은 2023년에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지난 3월 회의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당시엔 2023년 이후에야 금리를 인상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1년 앞당겨진 것이다. Fed가 테이퍼링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사실도 드러났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talking about talking about)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트코인에 악재일 수 있다. 저금리에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러나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이 펼쳐지면 비트코인이 가진 매력이 줄어들어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주식외환 거래정보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연구원은 “물가 상승은 예상보다 빨리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이 단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③세계은행·IMF 복병 만난 엘살바도르

지난 4월 엘살바도르 푼타 로카에 있는 한 시장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엘살바도르 푼타 로카에 있는 한 시장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남미의 엘살바도르도 비트코인 몸값에 영향을 줬다. 지난 9일 엘살바도르 의회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엘살바도르의 이 같은 실험은 최근 벽에 부딪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최근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위해 기술적 지원을 해달라는 엘살바도르 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다. WB는 “비트코인 채굴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등 환경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구현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채택은) 거시경제와 금융,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며 엘살바도르의 움직임에 난색을 보인다.

WB와 IMF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냄에 따라 엘살바도르를 따라 하려 했던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탄자니아 정부가 자국 중앙은행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이지리아에서도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을 요구하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댄 모어헤드 CEO “비트코인 저가매수 기회”

암호화페 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지난 4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암호화페 거래소 코인베이스 직원들이 지난 4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악재만 있는 건 아니다. 17일 글로벌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암호화폐 관련 지수를 개발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왔다. 헨리 페르난데스 MSCI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지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MSCI는 자산 관리자와 투자자들이 운용하는 주식과 각종 펀드의 기준이 되는 지표를 개발하는 회사다.

미국 내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의 제시 파월 CEO도 블룸버그TV에 “상장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크라켄을 12~18개월 이내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한다면 코인베이스에 이어 2번째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투자회사 판테라캐피탈의 댄 모어헤드 CEO는 트위터에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적정가치에 비해 36%나 낮다”며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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