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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60여명에 100만원씩 주고 이름 빌려"…빌린 이름으로 64억원 챙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동산 거래를 도와주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명의를 빌려준 20대 청년들이 사기범죄에 연루돼 처벌을 받게 됐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세종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부가 추진한 ‘청년층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의 허술한 심사기준을 노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가로챈 83명을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총책 A씨(39)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출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B씨(20) 등 7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세종경찰청, 사기 등 혐의로 83명 검거

20대 청년 60여명, 명의 빌려주고 수수료 받아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사기단은 2019년 5월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일을 도와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홍보 글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B씨 등 20대 초·중반 청년들에게 명의를 빌렸다. 사기단은 청년들을 가족 명의 건물(다가구주택) 세입자로 둔갑시킨 뒤 금융기관에서 전·월세 명목으로 64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이 필요한 일부 서류는 직접 위조하기도 했다.

B씨 등은 명의를 빌려주고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단은 청년 명의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자동차 안에서 지폐 다발을 보여주며 환심을 샀다. 위조한 서류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사기단은 초기 대출금 이자를 대납해주며 청년들을 속였다. B씨는 경찰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인 줄은 알았지만 무슨 대출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 A씨 등은 정부 지원사업인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심사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대출금 역시 실제 무주택 청년이 아닌 임대인에게 바로 입금되는 시스템이었다.

사기단, 총책 중심으로 중간책·모집책 역할 분담

사기단은 총책인 A씨를 중심으로 중간책과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다. 사기단은 유령 사업체를 만든 뒤 청년들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신용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고 이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19년 5월 금융위원회는 청년층 주거비를 줄여주겠다며 신용등급이 낮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대출이 가능한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정부의 '청년층 맞춤형 전·월세 대출' 지원 사업 허점을 악용해 금융기관에서 64억원을 대출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세종경찰청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주거비가 필요한 무주택 청년들에게 지급돼야 할 대출금이 제도적 허점으로 악용된 범죄”라며 “관계기관에 임대인 확인과 임차인 실거주 여부 확인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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